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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느 순간 방향이 바뀐다.

감성멘토의 생각한대로 있는그대로

by 감성멘토앤

날씨가 싸늘해지고 있다

엄마의 연세가 늘어가면서 겨울이 조금씩 싫어진다.


요즘 나는 엄마의 냉장고를 자주 들여다본다.

김치통이 비었는지, 반찬이 남았는지,

냉장고 안을 살피는 일이 어느새 내 습관이 되었다.


예전엔 엄마가 내 도시락을 싸 주었는데,

이젠 내가 엄마 반찬을 챙긴다.

그 일을 하며 가끔 묘한 기분이 든다.

익숙한 손놀림인데,

이제 그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


돌봄이라는 건 참 조용하다.

누구의 생일처럼 기념되는 일도 아니고,

큰 목소리로 고맙다고 말할 일도 없다.

그저 밥 한 끼, 안부 한 통,

“엄마, 추워요. 외투 입고 나가요.” 같은 말들로 이어진다.


엄마는 여전히 “괜찮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신다.

하지만 그 괜찮음 속에는

이제는 나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시간이 숨어 있다는 걸 안다.


돌아보면, 사랑의 순서가 바뀌는 건

슬픈 일만은 아니다.

누군가를 돌볼 수 있다는 건,

내가 그만큼 자라서 누군가의 삶을 받쳐줄 수 있다는 뜻이니까.


어릴 땐 엄마가 나를 키웠지만

지금은 내가 그 시간을 이어받아

조용히 엄마를 돌본다.

사랑은 그렇게 방향을 바꾸며 계속된다.


“누군가를 돌본다는 건,

결국 그가 내 안에 머물고 있다는 뜻이다.”



#직장인#관계#직장인의감성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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