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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하늘 Nov 01. 2024

그 해 가을하늘은 행복함으로 물들었네

너, 나, 우리들의 행복한 가을 이야기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나무들이 알록달록 옷을 갈아입던 가을의 어느 날.

 우리 햇살반은 가을의 숲으로 향했다.


 “선생님! 여기 보세요!

도토리가 엄청 많이 떨어져 있어요!


 우와! 여긴 엄청 큰 밤도 있어!


 쉿! 조용히 해 봐!

저기 청설모가 도토리를 먹으러 왔어!

너무 시끄러우면 밥 먹는데 방해되니까

조용히 기다려주자!


 하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청설모를 만나고 싶었던 다솔이는 조심스럽게 청설모가 있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스락!


 다솔이가 밟은 낙엽 소리에 청설모는 식사를 채 마치지 못하고 떡갈나무 위로 재빠르게 올라갔다.


 잉, 청설모 더 보고 싶었는데…

엄청 높이 올라갔네. 나중에 또 볼 수 있겠지?”


 아쉬움을 뒤로한 채,

각자 흩어져 숲에서의 놀이를 이어갔다.


 그때, 새봄이가 의 손을 이끌고 숲으로 향했다.


 “선생님! 여기 나무 의자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세요! 진짜 멋진 하늘이 보여요!”


 “오! 그래요? 선생님도 한 번 누워 볼까?”


 메타세쿼이어가 우뚝 솟은 숲 속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한 줄기의 가을 햇빛과 바람


 메타세쿼이어의 초록, 노랑, 갈색 잎을 흔들며 반짝였고, 메타세쿼이어의 잎들은 눈부시게 빛났다.


 “어때요? 선생님? 정말 예쁘죠?”


 새봄이의 이야기에 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후, 새봄이가 하원하기 전

나의 손에 작은 종이 하나를 쥐어주며

“선생님, 선물이에요!”라고 이야기했다.


 새봄이가 집에 돌아 간 후 펼쳐 본 종이 위에는

새봄이와 내가 숲 속에 나란히 누워 가을하늘을 바라보는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장면 속 새봄이와 나는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새봄이에게도, 나에게도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구나. 이렇게 행복한 순간을 함께 나누고 기억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기쁜 일인가?’


 짧디 짧은 가을, 그 가을에서 잠시 만났던

눈부시게 푸르렀던 하늘은,


 새봄이와 나의 마음속에 ‘행복함으로 물든 아름다운 가을하늘’로 오래오래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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