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사대, 기본소득이 답이다

프롤로그

by 한시을

프롤로그: "양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 vs "AI가 인간을 잡아 먹는다"


여러분, 잠깐 생각해 보세요. 만약 여러분이 500년 전 영국 시골에서 양을 치며 살아가던 농민이었다면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대대로 경작해 오던 땅이 하루아침에 목초지로 바뀌고, 갈 곳 없는 농민들이 도시로 떠밀려 나가던 그 시절 말입니다.


16세기 영국에서는 "양이 사람을 잡아 먹는다"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토마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사용한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었어요. 모직물 수요가 폭증하면서 영주들이 농지를 목초지로 바꾸는 인클로저 운동이 일어났고, 수많은 농민들이 터전을 잃었거든요. 양 한 마리가 사람 열 명분의 일자리를 앗아간 셈이었죠.


지금 우리 시대에는 어떤 표현이 어울릴까요? 아마도 "AI가 인간을 집아 먹는다"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500년 전 영국 농촌에서 일어난 일


한번 생각해 봅시다. 1500년대 영국 농민 존 스미스의 하루를 상상해 보세요. 새벽에 일어나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추수를 하던 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영주가 나타나서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이 땅은 양을 기를 거야. 모직물이 돈이 되거든."


존과 그의 가족,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었습니다. 대대로 살아온 터전에서 쫓겨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런던 같은 대도시뿐이었어요.


[과거 사례] 1485년부터 1603년까지 약 120년간 영국에서는 농지의 절반 이상이 목초지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약 50만 명의 농민이 터전을 잃고 도시로 이주했으며, 이는 당시 영국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규모였습니다.


도시로 몰려든 농민들의 삶은 어땠을까요? 일자리는 부족했고, 주거 환경은 열악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빈민가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해야 했어요. 기존의 길드 시스템은 이런 대규모 인구 이동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가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도시에 노동력이 몰리면서 초기 제조업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이는 훗날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지만요.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이제 현재로 돌아와 봅시다. 2025년 한국의 제조업 현장을 생각해 보세요. 자동차 공장에서 용접을 하던 김 씨, 전자제품 조립라인에서 일하던 박 씨,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분류하던 이 씨. 이들의 일상도 존 스미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정해진 업무를 반복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이었어요.


그런데 요즘 이런 대화를 자주 듣게 됩니다.


"우리 공장에 로봇 들어온다던데?" "AI가 내 일까지 할 수 있다고?" "어쩌지, 나도 곧 잘리는 건 아닐까?"


[현재 데이터] 2024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내에 한국 제조업 일자리의 약 40%가 AI와 자동화 기술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약 180만 개의 일자리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데이터가 말해주는 사실은 이렇습니다. 500년 전 양이 농민을 대체했듯이, 지금은 AI가 노동자를 대체하고 있어요. 차이가 있다면 속도입니다. 인클로저 운동은 수십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일어났지만, AI 혁명은 불과 몇 년 만에 산업 전체를 바꿔놓고 있거든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변화가 단순히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과정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회적 도전일까요?


역사가 가르쳐주는 교훈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500년 전 영국 농민들의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다행히 우리에게는 역사라는 훌륭한 선생님이 있습니다. 인클로저 운동 이후 영국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그리고 우리나라가 비슷한 전환기에 어떤 선택을 했는지 살펴보면 답이 보여요.


20세기 우리나라의 토지개혁을 기억하시나요? 1949년 토지개혁법이 제정되고 1950년부터 시행된 이 정책은 단순한 농지 재분배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소수 지주가 독점하던 토지를 농민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우리 사회의 계급 구조 자체를 바꿔놓았거든요.


[과거 사례] 토지개혁 이전 한국의 농지 소유 구조를 보면, 전체 농가의 3%에 불과한 대지주가 전체 농지의 64%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토지개혁 이후에는 자작농 비율이 70% 이상으로 증가했고, 이는 훗날 한국의 고도성장과 민주화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세계은행이 1993년 발표한 '동아시아의 기적' 보고서는 한국과 대만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토지개혁을 꼽았습니다. 특정 계층이 독점하던 자원을 사회 전체가 공유하게 만든 것이 경제성장과 사회 안정을 동시에 이룩할 수 있게 했다는 거예요.


AI 시대의 제2의 토지개혁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500년 전 영국의 인클로저 운동, 70년 전 우리나라의 토지개혁과 비슷한 역사적 순간을 맞이한 거예요.


AI가 가져오는 변화는 단순히 일부 직업이 사라지는 수준이 아닙니다. 노동의 의미, 소득의 원천, 사회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어요. 마치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갈 때처럼 말이죠.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어떤 '제2의 토지개혁'이 필요할까요?


[미래 시나리오]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제입니다. 과거 토지개혁이 특정 계층이 독점하던 토지를 사회 구성원에게 나누어준 것처럼, 기본소득제는 AI가 만들어내는 부를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어요.


핀란드, 케냐, 스페인 등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나타납니다.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은 더 창의적인 활동에 집중하게 되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소비가 활성화되어 경제가 성장한다는 거예요.


고민해야 할 것들도 많습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근로 의욕이 떨어지지 않을까? 정말 모든 국민에게 나누어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가 함께 해야 할 일이에요.


우리는 결정해야 한다


500년 전 영국 농민 존 스미스에게는 선택권이 없었습니다. 영주의 결정에 따라 터전을 잃고 떠날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AI 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요? 변화에 휩쓸려 혼란만 겪을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


올바른 시각과 이해가 좋은 판단을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고민해야 해요. 과거의 교훈을 배우고,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I 시대에 필요한 '제2의 토지개혁'이 정말 기본소득제일까요?

아니면 다른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


[다음 회 예고] 1화: "200년 전 그들, 지금 우리" - 200년 전 영국 러다이트 운동과 지금 우리의 상황이 얼마나 닮아있는지, 구체적인 데이터와 사례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용어 해설]

인클로저 운동: 16-18세기 영국에서 공유지나 농지를 사유지로 바꾸어 목축업에 활용한 사회 변화

러다이트 운동: 1811-1816년 영국에서 일어난 기계 파괴 운동. 기계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의 저항

토지개혁: 1949-1957년 한국에서 시행된 농지 재분배 정책. 지주제 철폐와 자작농 육성이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