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기본소득이 답이다

3장: 기본소득제의 검증

by 한시을

10화 실제로 작동하는 이유


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를까요?


당연한 질문 같지만, 사실 이 뒤에는 중력이라는 강력한 법칙이 숨어있어요. 물은 자연스럽게 낮은 곳으로 흘러가면서 에너지를 순환시키고, 생명을 유지시키고, 지구 전체 생태계를 돌리죠.


경제에도 비슷한 '중력'이 있습니다. 바로 '돈의 순환'이에요. 돈이 사람들 손에서 손으로 돌아다니면서 경제라는 거대한 생태계를 살려내죠. 그런데 AI 시대에는 이 순환이 막힐 위험이 있어요.


지난 장에서 보았듯이 기존 제도들은 AI 쓰나미를 막기에 역부족이었어요. 재교육도, 일자리 나누기도, 모두 시간이 부족했죠.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왜 다를까요? 정말 작동할 수 있을까요?


답은 경제 중력의 법칙에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들을 활용하는 정교한 시스템이에요.


소비라는 중력의 힘


경제에서 가장 강력한 힘은 소비예요. 사람들이 돈을 쓸 때 경제가 돌아가거든요.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면서 수력 발전기를 돌리는 것처럼요.


그런데 AI 시대에는 이 중력이 약해져요.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돈을 쓸 수 없으니까 소비가 줄어들죠. 7화에서 본 것처럼 소비 위축은 경제 전체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어요.


기본소득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요. 모든 사람에게 일정한 돈을 주면 소비가 유지되거든요. 일자리가 있든 없든 기본적인 구매력은 보장되는 거죠.


알래스카의 영구기금배당(PFD)이 바로 기본소득의 원형이에요. 197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이 제도는 석유 수익으로 만든 기금에서 매년 모든 주민에게 돈을 나눠주는 거죠(1).


흥미로운 건 승수효과예요. 기본소득으로 받은 돈이 지역 경제를 순환하면서 원래 금액보다 더 큰 경제 효과를 만들어내는 거죠. 받은 돈으로 생필품을 사면, 상점 사장이 그 돈으로 다시 물건을 사고, 그게 또 다른 사람의 소득이 되는 식이에요.


경제 혈액순환의 복구


사람 몸에서 혈액이 막히면 어떻게 될까요? 심장에서 펌프질을 해도 막힌 부분 때문에 혈액이 제대로 돌지 않아요. 그러면 각 장기에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죠.


경제도 마찬가지예요. 돈이라는 혈액이 막히면 각 부문에 필요한 자원이 공급되지 않아요. 특히 가장 취약한 부분부터 문제가 생기죠.


기본소득은 직접적인 혈액 공급이에요. 막힌 혈관을 뚫으려고 애쓰는 대신, 우회로를 만들어서 혈액을 직접 공급하는 거죠.


핀란드에서 2017-2018년에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이 이를 보여줘요(2). 실업자들에게 조건 없이 월 560유로를 지급했는데, 받은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어들었어요. 생계 걱정이 없으니까 새로운 일을 찾거나 기술을 배우는 데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경제 면역 시스템의 강화


사람 몸의 면역 시스템은 어떻게 작동할까요? 평상시에는 기본적인 면역력을 유지하다가,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즉시 대응하죠. 미리 준비된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가능해요.


기본소득도 경제 면역 시스템 역할을 해요. 평상시에는 기본적인 소비를 유지하다가, 경제 충격이 오면 자동으로 완충 역할을 하죠.


예를 들어, AI로 갑자기 대량실업이 발생했다고 해봅시다. 기본소득이 없다면 이들의 소비가 즉시 0으로 떨어져요. 하지만 기본소득이 있다면 최소한의 소비는 유지되죠.


이게 자동 안정화 장치예요. 별도의 정부 개입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시스템 자체가 알아서 충격을 흡수하는 거예요.


코로나19 때를 생각해보세요.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까지 몇 달이 걸렸어요. 대상자 선정, 신청 절차, 심사 과정...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죠. 하지만 기본소득이 있었다면? 이미 시스템이 가동 중이니까 별다른 추가 조치가 필요 없었을 거예요.


시장 신호의 정상화


시장경제의 핵심은 신호예요. 가격이 오르내리면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죠. 그런데 극심한 빈곤 상태에서는 이 신호가 왜곡돼요.


배가 고픈 사람은 가격이 비싸도 빵을 사야 해요. 반대로 돈이 없는 사람은 가격이 싸도 살 수 없죠. 이런 상황에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요.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선택권을 보장해줘요.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돈이 있으니까, 좀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거든요.


케냐에서 GiveDirectly라는 단체가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기본소득 실험이 이를 보여줘요(3). 농촌 지역 주민들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돈을 썼어요. 술이나 도박에 쓰지 않고, 사업이나 교육, 의료에 투자했거든요.


창업과 혁신의 토대


실리콘밸리 창업가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어요. 대부분 부유한 집안 출신이라는 점이죠. 실패해도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위험한 창업에 도전할 수 있었어요.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이런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줘요. 기본적인 생계가 보장되니까 안정적이지만 재미없는 일 대신, 위험하지만 혁신적인 일에 도전할 수 있거든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B-MINCOME 실험이 이를 확인해줘요(4). 저소득층 가구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했는데, 받은 사람들이 더 적극적으로 일을 찾거나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생계 걱정이 없으니까 단기적인 아르바이트 대신 장기적인 투자를 할 수 있었거든요.


기술 발전과의 상생 구조


"기본소득을 주면 사람들이 게을러져서 기술 발전이 늦어지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예요.


기본소득이 있으면 사람들이 더 나은 일을 추구하게 돼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진짜 의미 있는 일을 찾게 되죠.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에서 진행된 실험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어요(5).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오히려 더 생산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AI가 단순한 일을 대체하면, 사람들은 AI가 못 하는 창의적인 일로 이동해요. 기본소득이 있으면 이런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어요.


정치적 안정성의 확보


기본소득의 또 다른 장점은 정치적 지속가능성이에요. 복잡한 조건이나 심사 절차가 없어서 관료주의나 부정부패의 여지가 적거든요.


현재 복지 제도들은 "누가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아요. 하지만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이 받으니까 이런 갈등이 없어져요.


보편적 혜택은 정치적으로도 안정적이에요. 중산층도 받으니까 "내 세금으로 남을 먹여 살린다"는 불만이 줄어들거든요.


미국의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이 80년 넘게 유지되는 이유도 보편성 때문이에요.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으니까 정치적 공격을 받기 어려워요.


행정 비용의 극적 감소


현재 복지 시스템은 행정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요. 자격 심사, 모니터링, 부정 적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거든요.


기본소득은 가장 단순한 시스템이에요.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주면 되니까 행정 비용이 최소화돼요.


현재 우리나라 복지 행정 비용이 전체 복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기본소득으로 바꾸면 크게 줄일 수 있을 거예요.


그 절약된 돈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어요. 같은 예산으로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거죠.


경제학적 근거의 탄탄함


기본소득이 작동하는 이유는 검증된 경제학 이론에 기반해 있어요.


케인즈의 승수효과: 소비 증가가 경제 전체를 키운다. 프리드먼의 음의 소득세: 단순한 소득 보장이 가장 효율적이다. 센의 자유론: 기본적 자유가 경제 발전을 촉진한다


이런 이론들이 모두 기본소득의 효과를 뒷받침해요. 단순한 아이디어 같지만, 실제로는 경제학의 핵심 원리들이 종합된 정교한 시스템이에요.


자연스러운 중력처럼


물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흐르듯이, 기본소득도 자연스럽게 작동해요. 복잡한 개입이나 인위적인 조작 없이, 경제의 기본 원리를 따라 흘러가죠.


AI 시대라는 새로운 지형에서도 이 중력의 법칙은 변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욱 중요해질 거예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기본적 존엄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거든요.


다음 회에서는 실제로 기본소득을 실험한 나라들의 데이터를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 냉정하게 검증해 보죠.


기본소득이 작동하는 원리 중 어떤 것이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혹시 기본소득에 대한 우려나 의문점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경제를 물의 순환에 비유한다면, 현재 우리 경제는 어떤 상태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음 회 예고] 11화: "유럽 실험 데이터 분석과 성과" - 핀란드, 네덜란드, 스페인, 케냐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들의 실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하고, 성공 요인과 한계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겠습니다.


[용어 해설]

1) 승수효과: 한 부문의 지출 증가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연쇄적 확대 효과

2) 자동 안정화 장치: 경기 변동 시 별도 정책 개입 없이 자동으로 작동하는 경제 안정 메커니즘

3) 음의 소득세: 밀턴 프리드먼이 제안한 소득 보장 방식, 기본소득의 이론적 기초 중 하나


[참고자료]

(1) 알래스카 영구기금공사, 「Permanent Fund Dividend Program」, 2024

(2) 핀란드 사회보험공단, 「Basic Income Experiment 2017-2018 Final Results」, 2020

(3) GiveDirectly, 「Kenya Basic Income Program Progress Report」, 2024

(4) 바르셀로나시, 「B-MINCOME Final Evaluation Report」, 2022

(5) 위트레흐트대학교, 「Utrecht Basic Income Experiment Result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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