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어머니
III The Theory of Nothing &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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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자의 부 & 모
미래를 따라잡고 과거를 바로잡는 슬기로운 시간여행
♬ 단발머리 – 조용필 / Rockit - Herbie Hancock
미래로의 시간 여행과 눌러앉기는 내가 현실과 투쟁하는 방법이었다. 나는 미래적인 것에 열광하고 천착하며 답답한 현실을 바꿀 돌파구를 만들었다. 내가 현실의 노예가 되지 않은 것도, 늘 시대를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도 먼저 미래로 가 정착한 다음 현실을 끌어당기는 필사적인 삶 덕분이었다.
그 대가는 컸는데 나쁜 것에도 먼저 노출돼 큰 홍역을 치르며 내상을 입는 일이 많았고,
시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고립이 일상화되고 삶과 존재 그 자체도 무리수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미래는 상상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꿈의 무대였고, 나만의 고유한 정체성과 자신감을 구성하는 핵심 무기였다.
그런 내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여행을 할 때도 있었는데 인생 막판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변화를 돕기 위해서였다. 나는 그들의 인생을 복기하며 마지막 도전을 설계, 독려했다. 그런데 그로써 편향, 파편적인 내 과거 기억이 온전해졌고, 두 인물의 극과 극 스펙트럼을 통합한 보편성을 갖게 됐다.
* * *
어머니는 임종 두 달 전, 목숨 걸고 아버지와 정면으로 붙었고 마침내 승리해 당당한 자유인으로 생의 마지막을 살다 가셨다. 나는 아버지도 타자에 대한 그릇된 욕망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에 집중하며 성찰하는 시간을 갖길 바랬다. 콩알처럼 작고 좁은 세계를 나와 넓은 세상을 보고 경험할 기회도.
아버지도 조금씩 내게 마음을 열고 변화하면서 새로운 삶과 존재로의 희망도 갈수록 커져갔다. 그러나 갑자기 부동산이 팔려 큰 돈이 생기면서 또 다시 강력한 권력욕과 헛된 망상에 휩싸였다. 아버지도, 가족도 더 이상 내가 필요치 않게 된 상황, 나는 한국에 온 지 1년 만에 다시 자유의 몸이 됐다.
난 2019년 5월 태국에 돌아왔고 본격적인 텐트 생활을 시작했다. 몸도 마음도 엉망인 데다 삶 차원의 캠핑 생활은 첨이라 힘들었지만 죄책감과 불안감 때문에 오히려 그렇게 힘들게 생활하는 게 좋았다. 그리고 그해 말 세상을 떠났다. 내게 시간여행자의 DNA를 주고 자유! 독립! 문신을 새겨준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