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의 악몽은 다시 오는가?

by 구미잉

지난 FOMC에서 연준은 시장의 예상을 깨고 12월 1일부터 '양적긴축(QT)'을 조기 종료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시장은 이를 '금융 안정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선물로 받아들이며 환호했죠. 하지만 만약 이것이 선물이 아니라, 수면 아래에서 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방어 조치'였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2019년 9월의 악몽을 기억합니다. 연준의 QT 과정에서 은행 시스템의 현금(지급준비금)이 마르자, 단기 자금 시장의 레포 금리가 통제 불능 상태로 폭등했던 '머니 마켓의 심장마비' 사태 말입니다. 연준은 당시 'Not-QE'라는 이름의 긴급 유동성을 투입하고서야 겨우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습니다.


연준은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스탠딩 레포(SRF)'라는 강력한 '상시 안전망'을 설치했습니다. "이제 SRF가 있으니 유동성 문제는 걱정 없다"는 것이 연준의 입장이었죠. 실제로 불과 지난 8월, 연준의 최고 자금 시장 전문가인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는 "SRF 덕분에 QT를 계속할 여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두 달 뒤,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10월 중순, 월말이 아님에도 SRF 사용량이 이례적으로 급증하며 시장의 유동성 고갈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10월 28일 FOMC 회의가 열리는 바로 그 순간, 단기 금리(SOFR)가 연준의 통제 범위 상단을 뚫고 4.31%까지 치솟는, 2019년과 똑같은 '금리 통제력 상실' 사태가 실시간으로 벌어진 것입니다.


결국 로리 로건 총재는 FOMC 직후, 불과 두 달 전의 자신감을 뒤집고 "최근 레포 금리 상승이 일시적이 아니라면, 연준은 자산 매입(QE)을 재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충격적인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설계에 참여했던 SRF가 시장 금리 폭등을 막지 못했다며 "실망했다(disappointed)"고까지 인정했죠.


대체 SRF라는 안전망은 왜 작동하지 않았을까요? 리포트들은 그 원인을 '관할 밖'의 문제, 즉 SRF에 접근할 수 없는 '비은행 금융기관(NBFI)'의 과도한 레버리지 수요 때문이라고 지목합니다. 2019년의 위기가 '은행'의 문제였다면, 2025년의 위기는 '그림자 금융'에서 시작된 것이죠.


결국 연준의 QT 조기 종료는 시장을 위한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이는 SRF라는 방패가 뚫렸음을 확인하고, 2019년 9월의 악몽이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키기 전에 서둘러 내린 '강제된 항복'이자 '긴급 방어 조치'였던 셈입니다. 우리가 환호했던 유동성 공급의 이면에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연준의 숨겨진 공포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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