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내가 흙을 많이 먹어서 몸이 약했다고 했다. 자라면서 차만 타도 멀미가 심하고 생리하는 날은 거의 기절까지 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혼자 있으면 세상에서 버려진 느낌으로 무서웠다. 나의 첫 기억 속에서 난 버려진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내가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고 배가 고파도 나를 돌보아 주지 않는 가족들이 그때는 야속했다.
그렇게 나의 첫 기억은 살면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하면서 살고 있었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부르면 혹시 내가 무슨 잘못은 하지 않았는지 위축되어 있었다. 나의 첫 기억 속에 이야기를 붙이고 정체성이 형성되어 나의 인생길에 따라다니고 있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책을 읽고 정신전문간호사가 되면서 다양한 교육을 받으면서 나의 정체성을 알아가고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살아온 삶 속에서 암울한 기억은 다시 재구성되어 가고 있었다.
정신장애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뇌의 호르몬의 영향으로 환청이나 망상 속에서 자신을 힘들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과거의 사건속에 자신의 프레임으로 해석하면서 힘들게 살아가기도 한다.
J 씨는 대학교 1학년 신입생 시절에 친구가 함께 밥을 먹자고 하였으나 거부했던 기억을 지금까지 힘들어하고 있다. 친구와 밥을 먹었으면 자신이 아프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친구에게 거절의 상처를 주었다는 죄의식을 본인 스스로 만들어서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는 아무 일도 아니지만 자신은 그 사건에 많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사건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인생은 달라진다고 생각된다.
J 씨는 신입생 시절에 친구에게 거절한 밥 사건 이야기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나서 달라진 것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인생의 소중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우리는 삶이 달라질 것이다고 믿는다.
이제는 나다움을 가지고 내가 살아가는 세상을 다른 사람의 말에 영향받지 않고 나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힘이 생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