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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 May 03. 2023

등산

직원동아리

점심시간이 되면 직원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등산을 간다.

제석산이 직장 바로 뒤에 있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 나면 30분의 시간 동안 산에서의 휴식은 언제나 달콤하다.

처음 입사해서 뒷산이 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2009년도부터 나의 제석산 사랑은 시작되었다. 그때는 점심시간이 1시간 반 정도 주어졌다. 날씨가 좋은 날은 혼자 김밥을 사서 등산을 즐겼다. 근무 중에 산에 오른다는 것만으로도 어떠한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는 큰 선물이었다. 사계절의 제석산은 다양한 색깔로 힘들 때마다 큰 위로가 되었 주었다.

좋은 것은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직원들에게 산에 오르자고 했으나 처음에는 "힘들어서 싫어, 난 산 취미가 아니야"라고 단칼에 거절하였다.  언젠가부터 한두 명씩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등산부를 만들자고 하면서 "뫼야"라는 이름으로 2010년도에 직원 동아리로 등록하게 되었다.

"등산화를 준비해야겠어, 신발이 중요해"라고 하면서 우리는 등산화를 먼저 준비하였다.

"다음에는 등산복을 함께 사러 가요. 어디 등산복이 좋을까? "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산을 오르다가 등산복을 하나씩 구입하게 되었다. 등산화를 신고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고 그렇게 점심시간에 산에 오르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집에서 간단하게 먹을 것 한 가지씩 가지고 와서 소풍 가듯이 가기로 했다.

그날은 아침부터 설렌다. 소풍 가는 아이처럼 전날 간식거리를 한 가지씩 챙기면서 서로 겹치지 않게 문자로 무엇을 가지고 갈지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날은 오전 업무가 신나고 즐겁다. 점심시간에 소풍을 간다는 마음으로 어떤 일이든지 웃으면서 해결한다. 우리는 한걸음에 모여서 제석산을 오르고 있다. 30분 정도 가다가 작은 정자 앞에 모이게 되었다. 5명이 모여서 서로 돗자리를 펴고 먹을 것을 내놓았다.

김치에 밥만 먹어도 맛있을 산에서의 점심은 상추쌈에 제육볶음까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만찬을 즐기게 되었다.


식사와 함께 푸른 소나무길과 나무에서 향기는 마음 깊이 스며들면서 우리들을 정화시켜 주는 것 같았다.

정신요양 시설에서의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와 간호사는  감정노동자이기도 하다.

마음의 병이 있는 그들은 직원들에게 의지하기도 하지만 우리도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럴 때 산은 한결같이 그 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힘이 되어 주었다.


 뫼야는 날마다 뒷산을 오르고 매달 명산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행동대장인 나는 우리나라의 명산을 찾아보고 등산로를 알아보게  되었다.  

우리는 꿈은 크게 가지자고 하면서 나중에는 안나푸르나까지 정복하자고 굳은 의지를 다지기도 하였다.

 "하늘 아래 뫼야"라는 이름으로 프랑도 만들어서 광주의 무등산을 시작으로 팔영산, 북한산, 달마산, 한라산, 추월산.... 그렇게 우리는 중국의 장가계까지 다녀오게 되었다.


지금은 점심시간이 1시간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30분간 식사를 하고 뒷산은 30분간 다녀와야 되고 코로나로 잠시 뫼야는 쉬고 있지만 다시 하늘아래 모리야는 영원할 것이다.  행동대장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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