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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 May 25. 2023

이해

역지사지

"엄마는 이해가 되지 않아. " 아들의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빨래하는 것도, 설거지도 맘에 들지 않아. 좀 정성스럽게 해줘. 집안일에 신경을 좀 쓰고 하면 좋겠어. 집에서 좀 있으면 좋겠어."라고 한다. 

워킹맘으로 살아온 나는 집안일을 꼼꼼하게 하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아들은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엄마가 집에서 우리를 위해서 요리도 하고 집안일도 잘 하고 우리를 기다려주면 좋겠어."  내가 어려서 엄마에게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엄마 또한 집안일보다는 길거리에서 과일장사를 하시거나 생계를 위해서 살다 보니 집안일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 밖에서 일을 하고 나면 집에 오면 녹초가 되어 있는 모습이 생각난다. 

어린 마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제는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이해라는 것은 역지사지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아들도 엄마를 이해하는 날이 올 거라 생각된다.


정신장애인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다.

시설에서 왔다고 하면 말과 표정의 변화가 오면서 태도가 바뀌기도 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녀는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해서 급하게 병원을 가게 되었다.

원무과에서 접수를 하고는 많은 사람들 속에 있는 그녀의 모습은  누가 봐도 시설에 있는 사람이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자리를 피해서 앉아있는 모습이 눈이 들어왔다.

순간 아차 싶었다. 이모님들을 모시고 다닐 때는 최고로 좋은 옷으로 단정하게 입고 나온다. 그래야지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 또한 이모님들에게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려고 한다. 그래야지 다른 사람들도 존중해 주기 때문이다. 

이해는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

남자와 여자, 어른와 아이, 종교 등 다양한 다름 속에서 서로 인정을 해주고 존중하는 것에서 이해는 가능하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이해가 시작된다. 

이해란, 타인 안으로 들어가 그의 내면과 만나고 영혼을  훤히 들여다 보는 일이 아니라 타인의 몸 바깥에 선 자신의 무지를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 차이를 통렬하게 실감해나가는 과정일지 몰랐다.<잊기 좋은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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