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처진 어깨가 안쓰러웠다. 나는 가방 아래로 불쑥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힘주어 들자 동그란 눈동자가 나를 노려봤다.
“야, 뭐 하는 거야.”
“무겁지?”
“됐어. 그냥 놔.”
무거운 짐을 잠시나마 들어주고 싶은 기분을 너는 왜 모를까. 아니, 혹은 아는데도 모르는 척 하는 걸까. 계속 들어주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바삐 걷는 와중에는 불가능했다. 나는 결국 가방을 든 손을 뺐다.
“야!”
거센 항의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갑작스레 떨어진 가방에서 충격이 전해진 모양이었다. 저런.
미안해, 고의가 아니야. 인생이 그런 걸 어쩌겠어. 무거운 짐이 잠시 가벼워졌다 싶으면, 곧이어 큰 충격이 오기 마련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