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내 얘기
찰스램이 찰스램 수필선에서
기혼자, 특히 애 가진 기혼자들이
독신남인 자신 앞에서
애 가진 유세를 떨어서 분기탱천하여
분노의 글을 적었는데 무척 살벌하다.
찰스 램(Charles Lamb 1775~1834, 59)
찰스 램은 1775년 영국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학교를 7년 다니고 가족 부양을 위해
14살 나이에 돈벌이를 시작했다.
찰스 램이 21살 때 정신병을 앓는 누이가
어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비극을 맞아
자신은 결혼을 포기하고 누이를 보살피며
51살 퇴직할 때까지 일만 했다.
이런 오빠 없습니다.
<기혼자의 거동에 대한 미혼 남자의 불평>
내가 독신인 까닭에
결혼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엄청난 즐거움을 놓치고 있다고들 하는데,
대신 내게는 시간이 아주 많기 때문에
그들의 여러 가지 약점을 적음으로써
스스로 마음을 달래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젊은 여성은
결혼한 지 2주도 안되었을 때,
운수 사납게 나와 서로 견해가 다른 문제,
즉 런던 시장에 공급되는 굴을
가장 올바로 양식하는 방법을
놓고 떠들다가 당신 같은
노총각이 그런 문제에 대해서
뭘 아는 체 하고 나서느냐는 식으로
조소 어린 질문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대체로 그렇듯이,
이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거들먹거리는 태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그다지 귀한 것도 아니고,
거리마다 뒷골목마다
구더기 끓듯 하는 게 아이들이며
째지게 가난할수록 쪽박에
밤 담아놓은 꼬락서니다.
결혼했다 하면 최소한
이런 떨이물건 같은 것
하나쯤 못 갖는 사람이 없다.
거기다 녀석들은 툭하면 앓아눕고,
못된 길로 빠져들어 재산을 바닥내고,
집안 망신시키고,
결국에 가선 교수형으로
신세를 끝장내는 등,
부모의 그 알량한 기대를 묵사발 내놓는
흔하디흔한 경우를 생각해보면
아이를 갖는 게 자랑거리가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가령 아이라는 것이 1년에
하나밖에 태어나지 않는 불사조 새끼라면
뻐길 구실이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들이란 너무 흔해빠진 것이거늘.
-찰스램수필선 61페이지-
독신남 찰스램이 화 난 건 알겠는데
아이에 대한 묘사가 무척 살벌하다.
쪼잔해 보이지만 수긍도 간다.
나도 애를 낳고 알게 모르게
유세를 떨었을 것이다.
어렵던 시댁이 만만해 보이고
남편에게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큰소리 치곤 했다.
가끔 미혼 친구들 앞에서
육아 얘기를 하다보면
친구가 나의 육아 방식이 잘못 됐다고
가르치려고 드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결혼도 안 한 니가 뭘 안다고?'
'애도 안 키워 본 니가 뭘 안다고?'
하는 아니꼬운 생각이 드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애 가진 유세를 떨었나부다.
결혼도 하고 애도 키워본 나는 뭘 더 알까?
애를 가졌다고 인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깊어지는 것도 아닌데
세상의 비밀을 좀 더 알고 있다는 듯이
거만하게 굴지 않았나 싶다.
하루는 애 둘 난 여자 앞에서
육아 힘들다고 푸념 했더니,
'달랑 애 하나 키우면서 뭘 그러냐' 며
나의 외동이 육아 고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코웃음쳤다.
'애 둘은 낳아야지. 하나는 외로워서 못 써'
둘째 드립이 시작될 것이다.
아이를 낳은 여자는 아이 없는 여자 앞에서 우쭐,
애 둘 놓은 여자는 애 하나 놓은 여자 앞에서 우쭐,
비슷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다 생각하면 우쭐하는 기질이 있다.
몇 해 전 어느 강연을 보러 갔는데
강연자가 요즘은 애 한둘 낳고 안 낳는다며
절망적인 사회적 문제라고 다산 부흥을 호소했다.
정작 강연자 본인은 50대 비혼이었다.
50대 비혼녀는 애 네다섯은 낳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면서
우쭐하게 앉아 있는 애 둘 난 여자와 싸잡아 혼낼 때
얼마나 통쾌하던지 집에 오는 내내 싱글벙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