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기록 Dec 02. 2021

찰스램 수필선, 애 가진 유세에 대한 고찰

책 읽고 내 얘기


찰스램이 찰스램 수필선에서

기혼자, 특히 애 가진 기혼자들이

독신남인 자신 앞에서

애 가진 유세를 떨어서 분기탱천하여

분노의 글을 적었는데 무척 살벌하다.





찰스 램(Charles Lamb 1775~1834, 59)


찰스 램은 1775년 영국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학교를 7년 다니고 가족 부양을 위해

14살 나이에 돈벌이를 시작했다.


찰스 램이 21살 때 정신병을 앓는 누이가

어머니를 칼로 찔러 살해하는 비극을 맞아

자신은 결혼을 포기하고 누이를 보살피며

51살 퇴직할 때까지 일만 했다.

이런 오빠 없습니다.


<기혼자의 거동에 대한 미혼 남자의 불평>


내가 독신인 까닭에

결혼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엄청난 즐거움을 놓치고 있다고들 하는데,

대신 내게는 시간이 아주 많기 때문에

그들의 여러 가지 약점을 적음으로써

스스로 마음을 달래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젊은 여성은

결혼한 지 2주도 안되었을 때,

운수 사납게 나와 서로 견해가 다른 문제,

즉 런던 시장에 공급되는 굴을

가장 올바로 양식하는 방법을

놓고 떠들다가 당신 같은

노총각이 그런 문제에 대해서

뭘 아는 체 하고 나서느냐는 식으로

조소 어린 질문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대체로 그렇듯이,

이들이 아이를 낳고 나서

거들먹거리는 태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들이 그다지 귀한 것도 아니고,

거리마다 뒷골목마다

구더기 끓듯 하는 게 아이들이며

째지게 가난할수록 쪽박에

밤 담아놓은 꼬락서니다.

결혼했다 하면 최소한

이런 떨이물건 같은 것

하나쯤 못 갖는 사람이 없다.


거기다 녀석들은 툭하면 앓아눕고,

못된 길로 빠져들어 재산을 바닥내고,

집안 망신시키고,

결국에 가선 교수형으로

신세를 끝장내는 등,

부모의 그 알량한 기대를 묵사발 내놓는

흔하디흔한 경우를 생각해보면

아이를 갖는 게 자랑거리가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가령 아이라는 것이 1년에

하나밖에 태어나지 않는 불사조 새끼라면

뻐길 구실이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이들이란 너무 흔해빠진 것이거늘.


-찰스램수필선 61페이지-


독신남 찰스램이 화 난 건 알겠는데

아이에 대한 묘사가 무척 살벌하다.

쪼잔해 보이지만 수긍도 간다.

나도 애를 낳고 알게 모르게

유세를 떨었을 것이다.

어렵던 시댁이 만만해 보이고

남편에게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고 큰소리 치곤 했다.


가끔 미혼 친구들 앞에서

육아 얘기를 하다보면

친구가 나의 육아 방식이 잘못 됐다고

가르치려고 드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결혼도 안 한 니가 뭘 안다고?'

'애도 안 키워 본 니가 뭘 안다고?'


하는 아니꼬운 생각이 드니

나도 어쩔 수 없는 애 가진 유세를 떨었나부다.

결혼도 하고 애도 키워본 나는 뭘 더 알까? 

애를 가졌다고 인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보는 안목이 깊어지는 것도 아닌데

세상의 비밀을 좀 더 알고 있다는 듯이

거만하게 굴지 않았나 싶다.


하루는 애 둘 난 여자 앞에서

육아 힘들다고 푸념 했더니,

'달랑 애 하나 키우면서 뭘 그러냐' 며 

나의 외동이 육아 고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코웃음쳤다.

'애 둘은 낳아야지. 하나는 외로워서 못 써'

둘째 드립이 시작될 것이다.


아이를 낳은 여자는 아이 없는 여자 앞에서 우쭐,

애 둘 놓은 여자는 애 하나 놓은 여자 앞에서 우쭐,

비슷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높다 생각하면 우쭐하는 기질이 있다.


몇 해 전 어느 강연을 보러 갔는데

강연자가 요즘은 애 한둘 낳고 안 낳는다며

절망적인 사회적 문제라고 다산 부흥을 호소했다.

정작 강연자 본인은 50대 비혼이었다.

50대 비혼녀는 애 네다섯은 낳아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면서

우쭐하게 앉아 있는 애 둘 난 여자와 싸잡아 혼낼 때 

얼마나 통쾌하던지 집에 오는 내내 싱글벙글거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