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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유 Sep 11. 2022

내가 무한리필형 식당을 가지 않는 이유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이 상승세는 소비자물가지수와 같은 통계를 모르더라도 체감될 정도로 실제적이다. 국제유가 상승, 곡물 가격 상승, 코로나19의 장기화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식료품뿐만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사람들의 지갑을 쥐어 짜낸다. 8월 들어 서울의 김밥 평균 가격은 3천 원을 돌파했다. 주린 배를 채우던 서민 음식 대신 물배라도 채워야 할 판이다. 이에 사람들은 식비를 절약하며 가성비 좋은 ‘한 끼’를 찾아 나서기 이른다.


무한리필형 식당은 작게 보면 셀프 바가 있는 곳이고, 크게 보면 메인 음식(고기 등)이 무제한 지급되는 매장이다. 이런 유의 식당은 물가 상승 폭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이용 가격의 변동이 크지 않아서, 힘든 상황에서 배불리 먹고 싶은 사람에게 훌륭한 대안이 된다. 그렇다고 불안정한 경기로 인해 당장 무한리필집이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과 달리 무한리필집이 제공하는 ‘양껏 먹을 수 있는’ 특성이 일반 식당에 비해 강점으로 부각되는 것은 사실이다. 분명히 이를 선호하는 계층이 존재하여, 각종 모임이나 회식 자리로 찾는 사람이 꾸준히 있다.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하는 식용유, 야채, 육류, 달걀 등의 가격 인상은 당연히 하나의 완성된 음식의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이러한 음식들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뷔페의 입장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 같다. 그러나, 추세를 보면 여타의 외식업과 동일하게 10% 내외의 인상이 있을 따름이었다. 어떻게 그토록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많이’ 제공하면서 한 그릇 음식을 파는 매장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나는 무한리필형 식당을 가지 않는다. 네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음식의 맛과 질이 떨어진다. 음식은 준비하는 인분이 많아질수록 맛을 균일하게 내기 어렵다. 군대의 식사가 맛없는 것과 같은 원리다. 또한, 단가를 맞추고 이윤을 내기 위해 저렴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손님 측에서 알 수 없는 수입 식재료를 때려 넣고, MSG 같은 식품첨가물을 과하게 넣어 맛을 잡는다. 심한 곳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일부 섞기도 한다.


둘째, 음식 같지도 않은 ‘비위생성’으로 입맛이 동하지 않는다. 기업화된 곳은 청결한 조리 공장에서 완제품을 생산해 각 지점으로 보낸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음식 자체가 요리 중에 더러워질 것이란 오해는 해소된다. 하지만, 영세한 결혼식장의 출장 뷔페는 불청결한 환경에서 대충 음식이 만들어지는데, 책임의 소재가 명확지 않아 문제가 된다. 잊을 만하면 뷔페에서 집단 식중독 사건이 일어나는 것이 그 방증이다. 

사람들이 일반 식당과 다르게 맛을 기대하지도 않기에, 구색을 맞추기 위한 요식 행위가 많다. 그럴싸하게 모양만 내면 되기 때문에 남은 음식을 냉장 보관하는데, 예를 들면 초밥 위의 날생선을 물로 씻어 재사용하는 식이다. 또한, 비의도적이라 더 피할 수 없는 ‘진열’ 문제가 있다. 정렬된 음식들은 별도의 가림막 없이 오픈되어, 침 따위의 이물질에 절망적이게 노출된다. 음식의 양념이 다른 음식으로 옮겨 가 무결성을 해치기도 한다. 몇 시간 방치되면서 생기는 음식의 화학적 변화도 있다. 이것들은 정말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심사를 어지럽힌다.


셋째, ‘셀프서비스’가 불편하다. 식당에 가면 응대, 서빙, 뒤처리 등을 포괄하는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무한리필형 식당은 기존의 식당 시스템과 달리 서비스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이곳은 음식이 떨어지면 자신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가지러 가야 하는데 때마다 식사의 흐름이 끊겨서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또한, 셀프 바가 있는 반半서비스 식당은 일행 내 최하급자가 반찬을 리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술자리에서 술잔이 비는 걸 캐치해서 재빠르게 잔을 채우는 것처럼 반찬이 줄어드는 것을 눈치껏 살펴야 하니 그 처지가 좌불안석에 빠진 식모나 다름없다.


넷째, 과식의 위험성이 있다. 2만 원 상당의 입장료를 지불한 탓에, 뷔페에서는 누구나 본전을 뽑고 싶은 욕심을 갖는다. 그래서 자제심을 잃고 괜히 평소보다 더 먹게 되는데, 멈추는 순간은 턱 밑까지 음식이 차오른 것 같은 포만감이 느껴질 때다. 과식은 몸에 해롭다. 신체 기관이 무리하게 혹사되고, 비만 등의 질병에 노출된다.


완전히 무한리필을 테마로 하는 식당 외에도, 약간의 무한리필 시스템(셀프 바, 키오스크, 물 셀프 등)을 도입한 일반 식당이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주와 피고용자는 타협점을 찾지 못해 식당의 직원은 줄어들고, 접객을 할 수 없어 무인 장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여, 식당은 점점 우리가 알던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다. 그리하여, 다가오는 변화의 바람은 피할 길이 없는 것 같아서 여간 서글프지 않다.


나는 모든 무한리필형 식당을 쓰레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개중에는 음식을 만든 일자를 기록하여 포장하고, 미리 만들어 두지 않고 부족할 때마다 요리하고, 남은 음식은 전량 폐기하는 양심적인 업체도 존재한다. 하지만, 나는 뷔페업을 전체적으로 “불량식품이긴 한데 일부는 좋은 식재료를 넣었다는 양두구육 격의 회유”쯤으로 인식하고 있다. 전혀 마음이 가질 않는다. 양심 없이 안 좋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면서 물가가 비싸서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는 일부 업자들은 피해자인 척하면서 궁상떨지 말고, 좋은 식재료로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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