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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Aug 03. 2024

P오란비 지고

꽃바람 훑고 간 자리

오란비 업은 흘레바람 춤추며 날고     


지난하고 무거운 고독이

검은 구름 아래로 침잠하는데     


처마 끝 낙숫물 소리 

아득한 추억 쑥물빛 타고 깨어난다     


졸고 있는 장독대 위로

오이지 장아찌 익어가는

짭조름한 향기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행주치마 바쁜 어머니 손길

고소한 오이지무침에 돌아버린 입맛

구수한 숭늉 냄새 부뚜막을 데우는데     


마당에는 오란비 지고

땅거미 내린 아랫목엔 오순도순 이바구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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