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주년 기념 선물
오늘 아침 갑자기 회사메일로 외부 발신자가 보낸 메일이 왔다. 스팸메일인가 하면서 열어 보니 웬걸, 뜻하지 않은 반가운 소식일 줄이야.
미국 취업비자인 H1B 비자 로터리에 당첨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원래 H1B 비자 추첨은 3월 말에 발표되는게 일반적인데 올해의 경우 다시 한번 2차 추첨을 한 모양이었다. 그 사실도 모르고 있던 와중에, 이렇게 갑작스레 소식을 접하니 약간 정말 기대치 않은 복이 넝쿨째 굴러온 것 같아 한참을 벙쪄 있었다.
나는 현재 F1 비자 즉, 학생비자로 일하고 있지만 요즘 MBA는 대부분 STEM (이공계) Extension이 되기 때문에 최대 3년까지 학생비자로 일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매년 취업비자 추첨을 하기 때문에 3번의 기회가 있는 셈이다. (어떤 고용주는 일 시작 전에도 로터리를 해주기 때문에 최대 4번까지도 가능하다.)
나는 올해 H1B 당첨이 안되어서 '역시 그럼 그렇지' 하면서 STEM Extension을 신청해서 새로운 2년짜리 학생비자 (STEM OPT)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소식을 듣다니!
오늘 하루 종일 너무 기분이 좋았다. 사실 나는 내가 미국에 얼마나 남아 있고 싶은지도 잘 몰랐고, '곧 들어갈 수도 있겠다' '한국 가면 가지 뭐' 하면서 '하루하루 충실히 회사를 다니는 거에 집중하자'고 늘 되뇌어 왔었는데, 알게모르게 신분에 대한 불안정함이 큰 부담이어왔던거 같다.
2일 전이 바로 내 입사 1주년이었는데 마치 1주년 기념 선물처럼 H1B 비자가 되어서 너무 값진 선물처럼 느껴진다. :)
물론 H1B 신분이면 더 안 좋은게, 그간 안내던 social security tax 등을 추가로 내야 되기 때문에 나의 disposable income이 더 낮아진다. 안그래도 작고 소중한 나의 월급인데!
그리고 로펌에서 언제 filing을 하느냐, 그리고 프리미엄 프로세싱을 하냐 마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올해 12월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불투명해지게 되었다. :( 언제 H1B가 나와서 신분변경이 완료 될지 지금으로선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게다가 H1B 신분이라 해도 회사에서 잘리는 순간 60일 안에 일자리를 찾지 않으면 쫓겨나게 되기 때문에, 고용 불안정성은 여전히 크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실 오히려 STEM OPT 신분이면 사용하지 않은 unemployment date을 다 더하면 다음 직장을 잡기 전까지 5-6개월 정도를 Grace Period로 지낼 수 있다. 물론 학생비자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새로운 고용주를 찾기 어렵겠지만 말이다.
H1B '로또' 당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우 우왕좌왕 좌충우돌 정신 없을 것이 예상 되는 미국생활. 앞으로도 잘 버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