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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Aug 09. 2024

이유와 이유

02

내가 두려움이 더 컸던 이유는 아무래도 고등학생 때 겪었던 그 일 때문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연극동아리의 일원이었다. 그 동아리에서 난 여러 가지로 큰 깨달음을 얻었지. 뭐 좋든 아니든. 사실 정말 최악이었지만. 동아리를 들어가게 된 이유는 단순히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참 웃기지. 드라마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무턱대고 연극 동아리를 택했다니. 나는 동아리에서 무대 연출의 역할을 맡았다. 연기를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고 또 작가를 하기에는 글솜씨가 부족한 것 같았다. 우리 연극 동아리의 이름은 ‘울림’이었는데 나를 비롯한 1학년 동기와 2, 3학년 선배들로 구성됐다. 그중에서 태경 선배에게 무대 연출에 대해 배웠다. 선배는 나보다 한 살 많았지만 최소 열 살은 차이 나는 것처럼 어른스러운 사람이었다. 쉽게 말해 애늙은이 같다고 할 수 있겠다. 무뚝뚝 하지만 진지하게 연출에 관해 알려주는 선배를 보며 더욱 열정이 생겼다. 선배는 어느 날 말했다. “우리는 월터나 마찬가지야.” “우리의 상상은 현실이 되고 우리의 상상력이 연출을 완성하지.” 나는 무엇이든 모조리 배우고 말겠다는 열정에 그만 과도하게 긴장했고 작은 목소리로 “네” 대답하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그날 나는 집에 가서 녹초가 되어 침대에 누워있다가 선배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와… 멋있다! “ 하는 생각과 함께 ‘무대라는 세상에서 나의 꿈을 펼쳐야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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