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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Aug 23. 2024

복숭아 한 조각의 설렘

04

환영회도 벌써 몇 달 전 이야기. 딸기의 계절에서 복숭아의 계절이 찾아왔다. 동복에서 하복으로 갈아입은 나와 혜원이는 함께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을 만큼 몸도 마음도 가벼웠다. 우리는 학교에서 열리는 여름 축제를 준비했다. ‘울림’은 여름 축제인 만큼 시원한 느낌의 연극을 기획했다. 장르는 코미디로, 바닷가에 휴가를 간 가족들이 우연히 미스터리한 유리병 편지를 발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동아리원들은 각자 점심을 먹고 소극장에서 모이기로 했다. 혜원이와 나는 함께 급식을 먹으며 첫 연극 작품에 대한 기대를 표현했다. 후식으로는 복숭아 한 조각이 나왔는데 혜원이가 먼저 맛을 보고 말했다. “ 청아야, 이게 여름이지! 얼른 먹어봐 진짜 달달해. “ 반짝반짝한 눈으로 혜원이가 나를 쳐다봤다. 나는 멋쩍은 미소와 아쉬운 말투로 ”나 사실 복숭아 못 먹어. ”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거든! “ 하고 말했다. 그날의 복숭아의 향기는 지금도 생생하다. 무척이나 환상적이었어. 혜원이는 내 말을 들은 이후 소소한 충격을 받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 이제 우리 연극 준비하러 가자! “ 며 힘차게 말했다. 아 참, 나의 복숭아는 혜원이의 입속으로 순식간에 들어갔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극장으로 향했다. 마치 내 마음속에 복숭아가 있는 듯 간질간질하며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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