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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 Sep 13. 2024

사람은 미궁 같아

07

드디어 주말이 시작됐다. 앞으로 공연 날까지 약 2주를 앞두고 있던 때이다.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들떠 매번 늦잠을 자곤 했다. 이 날도 어김없이 늦잠을 잤고 뒤늦게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동기들과 처음으로 다 같이 놀러 갈 생각에 두근두근 설렜다. 미리 입으려고 준비해 놓은 퍼프 블라우스와 부츠컷 데님 팬츠를 입었다. 거울 속 내 모습을 보며 입꼬리도 한 번 올리고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리고 분홍빛 블러셔(얼굴의 혈색이 좋아 보이도록 볼에 바르는 화장품.)를 톡톡 발랐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악속 시간인 12시가 되기 30분 전이었다. 서둘러 나가 잰걸음으로 나아갔다. 학교 앞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다행히 지각까지는 하지 않았다. 석우가 날 보며 말했다. “뭐야! 너 오늘 꼭 무슨 복숭아 같네.” 혜원이도 맞장구를 쳤다. “복숭아? 아~ 내 볼을 보고 하는 소리구나. “ ”웃기다 하하. “ 나는 답했다. ”너 근데 그거 알아? 나 복숭아 알레르기 있다. ” 이 말을 듣자 석우는 아쉬워했다. 왜냐하면 유명한 카페에서 신상으로 출시한 복숭아 빙수를 다 같이 먹으러 가자고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석우를 처음 보았을 때 말수가 적어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지만 나중에는 많이 가까워졌다. 진정성 있는 친구라서 그랬나. 석우는 여전히 나에게 고마운 사람이다. 아무튼 우리는 가장 먼저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 메뉴는 학생인 우리에게 안성맞춤과 같은 무한리필 고깃집으로 선택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먼저 냉동 삼겹살과 달걀찜 그리고 탄산음료를 시키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수다를 떨었다. 삼겹살이 나오자마자 도학이는 “내가 오늘만큼은 백종원(대한민국의 요리연구가이자 유명 방송인.)이다.”라고 말하며 집게와 가위를 잽싸게 들었다. 지글지글 맛있는 삼겹살 그리고 볶음밥까지 먹은 후 우리는 노래방으로 향했다. 배불리 먹고 소화시키는 데 딱 좋은 장소였다. 평소 무게감이 있는 친구였던 이수가 돌변하여 ‘소찬휘의 Tears’를 부르는데 순간 소름이 돋았다. 어쩜 이렇게 순식간에 바뀔 수 있을까. 역시 사람은 다 알 수 없는 법인가. 그리고 혜원이는 ’ 아이유의 복숭아‘라는 노래를 불렀다. ’자꾸 눈이 기네 하얀 그 얼굴에~‘ ’ 질리지도 않아 넌 왜~‘ 노래가 참 좋았다. 혜원이는 팝송을 즐겨 불렀었다. 혜원이가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던 찰나에 먼저 나에게 말을 건넸다. “아까 석우가 너한테 복숭아 같다고 한 말 듣고 생각나더라. ” “우리는 가사처럼 복숭아 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 나는 답했다. ” 그럼! 어떤 일이 생길지 전혀 모르는 거니까. “ 이렇게 소소하지만 꽉 찬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소품 마무리는 내일로 미루고 나는 잠을 청했다. 꿈에서 조차 친구들과 함께하며 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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