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청소년기: 흔들리는 리듬, 깨어 있는 밤

-몸과 마음의 시간이 어긋나는 잠-

by 하율


청소년기의 밤은

자주 오해를 받는다.



늦게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며,
밤마다 생각이 많아지는 모습은
곧잘 의지 부족이나

생활 태도의 문제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시기의 밤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그 안에는 고장이 아니라

이동과 전환의 흔적이 남아 있다.


청소년기는
몸의 시간과 마음의 시간이

동시에 재편되는 시기다.


어릴 적 익숙했던 잠의 리듬은

더 이상 그대로 작동하지 않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성인기의 안정된 수면도 완성되지 않았다.


이 사이에서
청소년의 밤은 흔들리며, 깨어 있고,

종종 길어진다.


이 장에서는
이 밤을 문제의 목록이 아니라
발달의 과정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수면–각성의 흐름은 자연스럽게 뒤로 이동한다.



사춘기 호르몬 변화는
졸림이 찾아오는 시점을 늦추고,
아침의 각성은

상대적으로 더디게 만든다.


밤은 길어지고,
아침은 무거워진다.

이때 나타나는 늦잠과 피로는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내부 시계가 다시 맞춰지는
생물학적 변화의 결과에 가깝다.


청소년기의 잠은
안정된 반복보다는
불균형과 조정이 오가는
과도기적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학교 시간표와 같은
고정된 외부 시간 구조는
청소년의 생체 시계와 쉽게 어긋난다.


이 어긋남은
피로와 집중 저하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 자체가 병리의 증거는 아니다.


오히려 이 시기의 몸은
자신만의 시간대를 형성하기 위해
기존의 흐름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태에 가깝다.



청소년기의 밤에는
생각이 많아진다.



사고의 초점은
하루 동안 있었던 사건을 넘어서
자기 자신으로 이동한다.


“오늘 무엇을 했는가”에서
“나는 누구인가”로
질문이 바뀌는 시기다.


이 시기의 생각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의미를 찾는 방향으로 흐른다.


불안, 비교, 미래에 대한 상상은
낮 동안에는 잠시 밀려나 있지만,
밤이 되면 다시 떠오른다.


이는 잠을 방해하는 외부 자극이 아니라,
잠 안에서 작동하는
인지적 각성의 형태에 가깝다.


청소년기의 밤은
생각이 멈추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형태로 정리되는 시간이다.


잠이 얕아지고 끊어질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이상 신호는 아니다.
마음이 성장의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조용한 흔적일 수 있다.



청소년기에 관계의 중심은
가족에서 또래로 이동한다.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어디에 속해 있는지는
정체성 형성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 변화는
낮보다 밤에 더 선명해진다.


소속 욕구, 배제 불안,

관계 평가에 대한 민감성은
밤이 되면 증폭된다.


낮 동안에는

규칙과 역할로 조절되던 감정이
밤에는 보호막을 잃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감정의 폭발이나
갑작스러운 철회가 나타나기도 한다.


청소년기 밤에 드러나는 정서 기복은
충동 조절의 실패라기보다,
정서 조절 체계가

다시 구성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계가 넓어질수록

감정은 복잡해지고,
그 복잡함은 밤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솔직하게 드러난다.



밤과 함께
스마트폰과 미디어 사용도 늘어난다.


이는 단순한 중독이나 무절제의 문제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청소년에게 미디어는
자극을 위한 도구이면서,
동시에 각성을 유지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특히 혼자 있는 밤은
하루 중 유일하게
자신이 시간을 통제하고 있다는

감각을 제공한다.


누구의 요구도, 평가도 없는 이 시간은
짧은 위안을 준다.


그래서 잠을 미루는 행동 속에는
쉬고 싶음과 동시에
깨어 있음으로 자신을 지키려는

심리가 공존한다.


이 선택은
잘못된 행동이라기보다,
불안정한 상태 속에서
스스로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에 가깝다.



청소년기는
잠을 잃어버리는 시기가 아니라,
잠을 새롭게 배우는 시기에 가깝다.



아동기의 보호적 수면에서
성인기의 자기 조절 수면으로 이동하는
중간 단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 시기의 수면은
규칙을 앞세운다고 해서
곧바로 안정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지나친 관리와 간섭
각성을 더 또렷하게 만들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흔들림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잠의 흐름이

다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환경과 관계의 균형을 조정하는 접근이다.


청소년기의 잠을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전환이 시작되었다는 신호로 바라볼 때,
밤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살펴보고 조율해 가는 시간이 된다.



이러한 청소년기의 밤은
고장 난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시간 감각을 찾기 위해
잠시 흔들리는 과정이다.


밤이 길어지고,
생각이 많아지고,
잠이 늦어지는 이 시기는
삶의 시간표가 다시 쓰이고 있다는
조용한 증거다.


이 흔들림을 문제로 재단하기보다,
변화가 지나가는
발달의 밤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2.3.지하. 1200.800.jpg 지금은 지나가는 중이다 사진-지하도의 밤




Reflection Points


• 밤에 가장 자주 떠오르는 생각은 하루의 일인가요, 자신에 대한 고민인가요?

• 잠을 미루는 밤에는 무엇을 하며 그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 밤이 길게 느껴질 때, 그 시간은 불안에 가깝나요, 혼자만의 시간에 가깝나요?




오늘의 명상


잠들지 못하는 밤을 문제로 삼기보다,

성장의 흔들림으로 인식해 본다.




《감정도 잠이 필요하다》 3장. 청소년기: 흔들리는 리듬, 깨어있는 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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