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잠들지 못하는 마음에게 보내는 편지 -

by 하율


“회복은 멀리서 오지 않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아주 미세하게 따뜻해지는 움직임,
그 작은 변화에서부터 다시 살아나는 길이 시작되었다.”



밤은 늘 나에게 말없이 다가왔다.
하루를 버티느라 지친 마음이 조용히 내려앉을 때쯤,


나는 잠들지 못한 채 오래된 생각들을 꺼내곤 했다.
누군가에게는 이미 잊힌 일들이,
내게는 여전히 어둠 속을 헤매는 그림자처럼 남아 있었다.


그 밤들 속에서 나는 수없이 울었고,
또다시 내일을 견디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때로는 그저 숨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버텼던 날들이 있었다.


그렇게 지나온 밤들은
이제 돌아보면 나를 가장 단단하게 만들어준 시간이었다.


나는 오랫동안 잠을 단순히 하루의 끝에 찾아오는 ‘쉼’이라 여겨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잠은 쉼이 아니라, 마음이 스스로를 품어주는 시간이라는 것을.


어느 날 문득, 내 몸이 얼마나 솔직하게 나를 대신해 울고 있었는지를 알았다.
밤마다 이불이 젖도록 흘린 땀은 단순한 체질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걱정과 미안함, 오래 눌러둔 감정의 언어였다.


그 땀은 말하지 못한 눈물이었고,
낮에는 괜찮은 척 웃으며 “나는 잘 지내요.”라고 말하던 그 순간에도
마음은 내게 속삭이고 있었다.


“이제 좀 쉬자.”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들을 줄 몰랐다.
해야 할 일들을 품고 생각을 정리하다가 새벽을 맞이하곤 했다.
불면의 시간은 잔인하면서도 정직했다.
그 시간만큼은 내 안의 모든 감정이 고요 속에서 드러났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던 마음의 상처가
몸의 온도로, 심장의 떨림으로,

밤의 숨결과 범벅된 땀으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때부터 나는 ‘수면’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책으로 가 아니라, 수많은 내담자들의 삶을 통해서였다.
그들 또한 “잠을 잘 자고 싶어요.”라고 말했지만,
그 말의 진짜 뜻은 “마음을 쉬게 하고 싶어요.”였다.


잠이 오지 않는 이유는 생각이 많아서가 아니라,

감정이 아직 식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한 중년 여성이 조용히 말했다.
“제 몸은 쉬고 싶은데 마음이 허락하지 않아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은 언제나 몸보다 느리게 회복된다.
그래서 때로는 몸이 이미 지쳤는데도
마음은 여전히 깨어서 자신을 다그친다.


‘감정이 쉬지 않으면 사람도 쉬지 못한다.’

감정이 잠들어야 비로소 진짜 잠이 찾아온다.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교육자로서, 상담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불면의 밤을 견디며 배운 것들을 이 글 속에 남기고자 한다.


이 책은 불면을 이겨내는 기술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감정을 재우는 법’,
즉,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은 연습의 기록이다.


누군가에게는 이 글이
긴 불면의 터널 끝에서 처음 켜는 작은 불빛이 되기를,
또 누군가에게는
“괜찮아, 이제는 조금 쉬어도 돼.”

라는 속삭임으로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은
오랜 시간 버텨온 나 자신에게,
그리고 잠들지 못한 모든 마음에게 보내는 작은 위로의 편지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의 긴 밤이 조금은 덜 외롭기를...
그 어둠 속에서도 작은 빛 하나가 함께하기를 바란다.


이제, 잠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려 한다.



프롤로그.800.1200.jpg 오늘의 잠은 나를 다시 살릴 것이다. 사진-숲 속의 오솔길과 햇빛





오늘의 명상


회복은 조용히, 천천히 찾아옵니다.





《감정도 잠이 필요하다》프롤로그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