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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창운 Nov 20. 2024

신기루

문득 20대 중반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게 실감 나지 않는다. 학창 시절 상상했던 20대 중반의 모습은 화려할 것만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특별한 이유 없이도 10대 시절이 그리워진다. 첫사랑, 교복, 친구들, 그리고 놀이터까지 스쳐 지나간 모든 것이 떠오른다.


첫사랑은 기억의 안개 속에서 흐려져 가지만, 설렘은 선명히 남아 있다.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놀던 놀이터는 꿈처럼 아련하게 다가오고, 바람에 실려 온 웃음소리는 언제나 공기 속에 잔잔히 퍼져 있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떠다니며 손을 뻗으면 잡힐 듯 말 듯 사라지지 않는다.


그때가 좋았던 것이 아니라, 나이가 어렸고 호르몬의 영향으로 그 어떤 시기보다 콩깍지가 씐 상태로 보냈던 건 아닐까. 그 당시 기분이 우울하고 힘들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감정을 과장해서 기억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나의 미성숙함과 혼란스러운 마음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착각일까.


여전히 그 시절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기분이다. 점점 흐릿해지는 기억이 마치 신기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걸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뻗어본다.


202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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