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2 선재스님을 보면서...
작년 USGTF 플레잉테스트 때 일이다.
티샷을 잘 쳤다. 페어웨이 한가운데. 그런데 세컨드샷에서 그린을 넘겨버렸다.
거기서부터 무너졌다. 불필요한 실수가 이어졌고,
결국 더블보기.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왜 하필이면...'
'조금 짧게 잡을걸.'
'침착하자. 할 수 있어.'
'아, 근데 이 실수는 진짜 뼈아프다.'
침착하려고 애쓰는데 후회가 계속 끼어들었다.
그 이후 홀들은 기억도 잘 안 난다.
뒤땅, 섕크, 안 나던 미스가 다 나왔다.
자포자기로 라운드를 끝냈다.
그날 이후로 그 장면이 계속 떠올랐다.
또 기회를 날렸다는 생각. 창피함도 커졌다.
동반자들 앞에서 무너진 내 모습이 자꾸 생각났다.
그런데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었다.
공 앞에 서면 결국 나 혼자니까.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나 혼자 감당해야 하니까.
그러다가 스님 한 분의 한마디에 마음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다.
2025년 연말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2"에 출연한 선재스님.
대한민국 1호 사찰음식 명장이다.
최근 안성재 셰프 유튜브에서 스님이 이런 말을 했다.
"99명의 수행자와 만났습니다."
100명 중 한 명만 살아남는 경쟁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스님은 다른 요리사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기려는 마음보다 앞섰다.
얼마나 수행을 했으면 저런 마음이 될 수 있을까.
스님의 얼굴에는 평안함이 있었다. 그게 부러웠다.
골프를 치면 안다.
잘 안 맞을 때 열받을 수는 있다.
그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다시 중심을 되찾을 수 있느냐.
그날 나는 못 했다.
한 번 흔들린 마음이 끝까지 나를 끌고 다녔다.
그동안 연습이라고 하면 샷의 모양, 스윙의 기술만 생각했다.
공이 어디로 갔는지, 탄도는 어땠는지.
그런데 요즘 다른 생각이 든다.
연습할 때 내 마음은 챙겨본 적이 있던가?
실수가 나왔을 때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 그걸 알아차리기는 했던가?
솔직히 아직 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올해는 시도해보려 한다.
공을 치면서 내 마음도 같이 보는 것.
실수 앞에서 흔들리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다시 고요하게 돌아오는 연습.
선재스님은 요리를 수행이라고 했다.
나는 골프를 그렇게 해보려 한다.
아직 잘 안 되겠지만, 그래도 오늘 연습장에 간다.
공을 치러.
그리고 마음을 닦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