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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울타리 Jun 08. 2021

단독주택 10년(여름) - 백 보다 조명


회사 동료의 말이 주변 여성들은 시시 때때 명품 백을 산다고 했다. 소득이 많건 적건 간에 중요한 날이면 명품 백을 구입하려고 한다고 하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난 변변한 백이 없다. 없어도 뭐……. 갖고 싶은 맘도 없다. 그런 나에게도 다른 욕심이 있다. 그건 바로 조명이다. 그렇다고 이탈리아산 샹들리에가 욕심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밝으면 된다.


 우리 집 마당은 내내 어두웠다. 집 앞에 바로 가로등이 있긴 하지만 집이 등을 지고 안쪽에 마당이 있다 보니 더 어두웠다. 그러다가 “효리네 민박”을 뒤늦게 보고는 효리네 집 마당에 일렬로 쭉 늘어선 정원등이 그렇게 부러웠다. 그 후 태양열 정원등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한참 검색한 후 8개짜리 한 세트를 구입했다. 그러고 나서는 어찌나 행복했는지……. 다른 여성들이 백을 살 때 이런 기분일까 어렴풋이 짐작을 했다.


 태양열이다 보니 겨울에는 한두 시간이면 조명이 꺼졌다. 남향집이라고 해도 앞집 그늘이 오랜 시간 생겼고, 일조시간도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시 봄이 오니 시간이 점점 길어져 자정이 다가와도 꺼지지 않아 행복해지고 있었다.



내 생일을 앞두고 식구들이 무엇을 갖고 싶은지 물었다. 난 “기와집”이라고 했다. 하도 그러니까 식구들이 들은 체도 않고, 얼마 후 다시 묻곤 했었다. 그러다 문뜩 생각나는 것이 있었으니, 커다란 캠핑용 알전구였다. 매체 방송 중 캠핑 클럽, 감성캠핑, 바퀴 달린 집 등에 나왔던 그 알전구가 부러웠던 모양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쑥 내뱉었더니, 그 자리에서 남편이 구입을 한다. 만사에 느린 사람이 놀 때와 무엇을 살 때는 항상 그렇게 빠르다. 주문을 해 놓고도 난 망설였다. 과연 그게 뭐 필요 한가……. 그리 중한 물건인가…….


 난 무엇을 살 때 엄청 고민하고 사는 편이다. 물건 자체가 왜 필요한지, 놓을 자리는 있는지, 계속 쓸 만한 물건인지 등을 엄청 따진다. 게다가 딱히 필요한 물건이 없으면, 그것이 생일 선물을 받을 기회라고 해도 말을 안 한다. 한마디로 생일 선물 없어도 뭐, 그리 아쉽지 않다. 그럴 때면 남편이 “에구”하고 현금을 입금하고 말았던 것이다. 헌데 이번 나의 생일선물은 그냥 툭 뱉은 말 한마디로 구입이 이루어진 것이니, 주문하고도 심란했다. 게다가 이놈의 해외 직구는 너무 늦게 오니, 정말 사람을 더 심란하게 했다. 필요하지도 않은데 괜히 산건 아닌지, 물건이 과연 좋을지, 왜 이리 물건이 더디게 오는 것인지 문득문득 떠올랐다. 그러다가 내 머릿속에서 알전구가 잊힐 무렵, 집에 아주 커다란 박스가 왔다. 그 안에는 두 박스가 들어있었다. 한 줄은 남편이, 또 한 줄은 아들들이 돈을 합쳐 산 전구였다.


 남편에게 얼른 전화를 했다. 다행히 남편이 야근을 안 한다고 했다. 오자마자 남편이 장비를 꺼냈다. 한 줄은 데크에 물결 모양으로 걸었고, 한 줄은 우리 집 옆 주차장에 인접한 담벼락 위에 일렬로 달았다. 태양열이기에 태양열 전지판도 햇빛 잘 받으라고 높은 곳에 단단히 고정을 했다. 해가 왜 이리 긴 건지 한참을 기다렸다.

드디어 날이 어두워지니, 전구가 깜박인다……. 이상하다. 내가 원한 것은 이게 아니 였는데……. 그렇게 얼마간 기다리다 보니 드디어 제대로 전구가 켜졌다. 와~!! 탄성을 질렀다. 이건 뭐 어느 여행지 못 지 않은 조명이다. 이거 얼마 한다고 내가 그리 고민했었는지……. 진즉에 사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울 뿐이었다. 남편이 한마디 한다. “몇 줄 더 살까?” 생각 많은 나는 단호히 거절한다.



전철을 이용하려면 역까지 주로 자전거를 타고 오고 간다. 어느 늦은 밤 자전거를 세워두려고 마당으로 들어왔을 때 조명들이 가득 채워진 마당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환한 조명에 마음도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더더구나, 우리 집이 좋아지기도 했다. 낮에 환할 때 보이던 지저분한 것을 조명이 덮어주어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했다. 어느 여행지보다도 더 좋은 우리 집이었다.

학원에서 늦게 자전거를 타고 온 아들이 첫날 “와~~!... 와~!”라고 연신 탄성을 질렀던 것도 떠올랐다. 학원에서 늦게 돌아와 어두운 곳에 자전거를 세워둘 때마다 불편했을 아들이, 조명이 들어오고 나서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니 더 일찍 살 것을 후회도 됐다.



물건을 살 때마다 수십 번 고민하는 것도 좋지만, 그냥 툭 뱉은 한마디에, 이렇게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것이 더 큰 선물이 되었다. 그 뒤로 모기가 있든 없던 잠깐이라도 조명을 즐기려고 캠핑의자에 앉아 있기도 했다. 남편이 파이프 담배 피우시려고 가져다 놓은 의자이다. 이렇게 남편은 내 선물을 더 즐기고 계신다. 어찌 되었건 내 생일선물로 식구 모두 만족하니 더욱더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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