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끝에는 항상 이별이 있다

나는 지금, 이별을 향해 걸어가며 사랑하고 있다

by 피그말리온

요즘 나는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설레고 행복한 시간일 이 과정이 나에게는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지금의 우리는 해외 롱디 커플이다.

그리고 결혼 이후에는 내가 이민을 가게 된다.


그래서 이 시간은 단순히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라 지금의 거리와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 마지막 시간이기도 하다.


웨딩 촬영을 끝내면

지금의 남자친구와의 시간도 끝나간다는 뜻이고,


결혼식이 끝나면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시간과도 작별을 해야 한다.


그래서일까.

나는 이 모든 순간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행복해야 하는 순간인데

그 끝을 먼저 떠올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이 시간이 지나가버릴 걸 생각하고


결혼식을 준비하면서도

그날이 끝나면 나는 또 하나의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는 걸 안다.


그래서 가끔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동시에

이게 끝나버리면 정말로 누군가와는 멀어지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슬퍼서 붙잡고 싶어진다.


행복과 슬픔이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어쩌면 나는 지금

기쁜 순간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감정 자체가 사랑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이별이 두려운 이유는

그만큼 내가 지금의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행복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나를 탓하기보다


이 모든 감정을 그대로 안고

천천히 이 시간을 지나가 보기로 한다.


이별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그 전에 나는 충분히 사랑하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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