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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선경 Oct 07. 2024

프롤로그

들어가며.


하루하루 흘러갈 때마다 금붕어마냥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는 그 순간의 추억들, 감정들, 내가 봤던 풍경 모두를 기억하려고 발버둥을 친다.

정말 좋았던, 잊고 싶지 않았던 그때의 그날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는 잔상이 되는 것.

심지어 너무나도 힘들어서 이제 다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눈 감았다 뜨면 익숙해지고 적응해 가는 내가 보인다. 그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이게 맞나? 싶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그 기억을 끄집어내고 싶을 때 미로 여행을 하듯이 굽이굽이 찾아가 마주한 기억이 점점 물에 녹은 솜사탕처럼 될 때 가슴 한 켠에 마음이 저려온다.

당장 몇 분 전에 있었던 일인데도 바로 과거가 되어버려서 지금이 아니게 되는,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버려서 소중한 나의 일부분들이 떼어져 나가는 기분이었다.

어디에 흘리고 다니는지 계속해서 줍고 또 잃어버리고 반복이라 차곡차곡 기록하기 시작했다.

때론 가벼운 짓눌림의 무게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필요 불가피하면서도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이자, 본디 틀에 갇힌 삶 따위 벗어던져 당장이라도 훌쩍 떠나버리는 도파민에 미친 사람마냥 날뛰다가도 어쩔 수 없이 지치기 마련인 기나긴 여행을 하다가 마침내 다시 돌아오게 되는 나의 집.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 중 하나이자, 동일한 색의 점들로 둘러싸여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이 공간.

이제는 이곳에 당신을 초대하려 합니다.

내가 꽤나 사랑하는 나의 집에 당신의 체취가 스며들어 마침내, 사랑이라는 색으로 뒤덮이기를.




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사랑에 대해 정의 내리지 못하였다.

사랑의 그릇은 너무나도 다양한 모양과 크기를 지니고 있기에, 그 안에 담긴 음식 또한 어떤 음식인지, 어떤 맛인지, 어떤 향인지 무궁무진하다. 어쩌면 이런 게 사랑이 아닐까 싶은 그 섬세하고도 광활한 마음을 담아낼 그릇이 나에게는 아직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야기"라고 칭함은 나의 기나긴 이 여정의 마지막은 기필코 사랑이라는 마침표로 끝내리라 하는 거대한 포부 때문일까.

이 이야기의 마지막이 꼭 마침표로 끝나지 않더라도, 나의 인생의 목표는 사랑이기에.

오늘도 여전히 그 사랑이라는 것을 적어가 보려 한다.

나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어느 하나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기억 속의 감정들이 서로 뭉쳐 만들어진 보따리이다. 나는 그 보따리들을 한가닥 한가닥 풀어헤쳐 당신들 앞에 펼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나의 판타지가 당신에게 가닿아 당신은 어느 정도의 온도로 느껴졌는지, 그리고 나를 어떤 눈으로 바라봐주는지 과연 그 눈길 또한 나에겐 사랑이다.


설레면서도 때론 두렵고,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큰 상처이면서 결국에는 다시 돌아와 온전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하나하나 정의 내릴 수 있는 감정들과 뒤섞여 결국에 복합적이면서도 복잡 미묘해진 지난 나의 여행길.

그리고 누군지도 모를 상대를 찾아 떠나는 나의 여정에 기꺼이 함께해 주는 당신.

나를 세상에 표현할 수 있고 내가 혼자 숨을 수 있는, 모순적인 방의 문을 두드리고 열어서 나라는 사람을 들여다봐준 당신들에게 묘한 경계심이 있던 나는 이제 그 발걸음에 스스럼없이 순수한 고마움을 느낀다.


다시 돌아와, 이 이야기는 사랑 이야기이다.


우리들의 찬란한 여정.

그 시작을 울리는 경적소리.


어떤 말로 시작하면 좋을까.

새 학기, 친구를 사귀기 위해 한 손에 젤리를 숨겨두고 조심스레 손을 뻗는 기분이다.

과연 어떤 친구를 사귀게 될지, 그 친구와 나는 어떤 대화를 나누게 될지 설레는 마음과 두려움을 가득 안고 나는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나 1cm씩 성큼성큼 너에게로 다가간다.


나의 러브하우스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ps. 그치만 다 알았다고 생각하지 마.

우리는 절대 이런 광활한 글 따위로 담을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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