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오랫동안 공중을 읽어왔다
성공 또한 해지도록 읽었다
눈이 짓무르도록 한 곳만 보았다
베란다 창에 몸을 기댄 채
시선을 멀리 두면 가진 게 많아지는 것 같았는데
먼 산 너머 구름만큼 부푸는 신발을 갖고 싶어
꽉 낀 구두를 벗어난 젖은 발은
건널 곳이 많은 발은
희고 아름다운 맨발은
남자가 뛰어내렸다
앵두의 목이 길어지고
흰 손들이 한꺼번에 펼쳐져 그를 받아안았다
가벼워 얇은 잠처럼 쉬이 찢어지는
닿을 듯 말 듯 허공에 잠긴 저 꽃잎은
땅에 닿지 못하고
제 것이 아닌 허물을 나눠 가질 수 없어서
방향 없이 흩날리는데
꽃부리가 놓아버린 맨발 위로 앵두꽃잎 내려앉고
추락인지 비상인지 알 수 없어 비가 내린다
벌어진 입이 울음인지 웃음인지 알 수 없어 꽃잎 진다
무른 흙 위로 둥근 꽃무덤이 젖는다
저 떨궈진 꽃잎들은 머지않아 붉은 생을 일으키겠지
그는 오늘 한꺼번에 많은 잎을 떨궜다
팔다리를 잃었으므로 꿈을 셀 수 없다
우는 것들의 한기로 봄이 느리게 지나갔다
<문장웹진> 2023. 10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