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주기

by 조효복

마음 주기




비가 지나간 산에선 버려진 기분과 마음이 잘 보인다

눈 맑은 여름 나무에게 나는 잘 보이고 하얗고 붉은 눈


집토끼가 산에 산다 토끼가 토끼를 낳는다

불안을 낳는다

콩잎을 산딸기를 주고 싶어진다

마음을 주는 일은 즐겁다


눈감아준 잘못이 빛을 낼 때가 있다

문득 괜찮다는 생각을 한다

발이 닿는 곳에 길이 생겨나고 여름은 자라니까


작은 산길에도 급경사가 있고 바람길이 따로 있다

귀퉁이 작은 돌멩이도 어제의 비에 젖었을 테지 반짝였을 테지


한번 눈에 띄면 계속 보이는 것들

산딸기와 강아지와 나만 따라오는 햇빛


벤치에 앉으면 바람보다 날벌레부터 온다

바라는 일은 늘 제멋대로다

끈적한 몸을 씻고 싶은 마음으로 나의 소란도 경쾌해졌으면


처음 그대로의 딸기와

처음 그대로의 토끼는 귀엽고 앙증맞고


발과 꼬리만으로도 산책은 즐거운데

산은 나의 기분을 아무렇게나 풀어두려 한다


바람 부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바람 하나로 꼬리가 올라가는 오후


약수터를 보는 것만으로 목이 말라온다

몇 모금이면 해결될 갈증이

여름 산의 모기처럼 자라난다



월간 『모던포엠』2025.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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