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지랖을 떨어본다.
덕후, 팬클럽, 오타쿠, 광팬 이런 단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살았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정도에도 나름 엄격한 기준이 있어서
일정한 경계선 안으로 사람을 들이는 것을 두려워했다.
아마도 어렵사리 내 가까이를 허락했던 사람에게 내쳐진 경험이 크게 작용했을지도 모르고
울 엄마의 <사람을 믿지 마라. 친구는 서너명이면 족하다.>의 주입식 플러팅의 영향이었을지도 모르고
원래 태생이 무한 겁쟁이에 근심쟁이여서 일지도 모른다.
그랬던 내가 이 나이가 되어서 팬클럽에도 가입하고
(물론 밴드 형태의 회원끼리 전혀 소통이나 활동이 전혀 없고 글은 한달에 한 건 올라올까말까한 곳 유명무실한 곳이기는 하다.)
<불꽃야구> 프로그램의 일거수 일투족을 다 찾아보는 덕후가 되었으니 사람 참 모른다.
그리고 무언지 모를 덕후들의 일상을 조금은 이해하게도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프로그램의 출연진을 좋아라하는 것인지
야구라는 스포츠를 좋아하는 것인지
어느 것이 더 먼저이고 우위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구기 스포츠를 좋아라 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축구가 1위였던 때가 있었지만(누구나 그랬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열정과 성적을 이유로 흐지부지 되었고(내가 감히 판단할 수준은 아니다만)
한때 배구에도 관심이 있었지만(막내동생이 더 열성적인 관심을 보였었다.)
지금은 거의 관심 밖이고(시즌이 너무 짧다.)
또 한때는 귀엽기만한 스타에 이끌려 농구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그 스타의 개인적인 사생활 문제로 관심을 딱 끊게 되었고
(나는 여자문제가 생기면 그 스타를 단숨에 싹뚝 자르는 과감성이 있다.)
이제는 골프와 야구만이 주 관심 종목이다.
특히 세계 무대에서 열심히 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무한 응원을 보내는 덕후이다.
팔은 매번 안으로만 굽는다.
어제는 관심 종목의 하나인 여자 골프 시상식이 있었다.
개인 성적으로 주는 상이니 수상자는 이미 다 결정되어 있다.
따라서 연말에 하는 방송국의 시상식과는 전혀 다른 결이고
두근두근 수상자가 결정되어 눈물을 보이지도 않고
한 해의 수고를 격려해주는 자리가 맞다만
아쉬운 점은 매년 골프선수들에게 드레스를 입힌다는 점이다.
드레스코드를 정해주는 것인지 선수들이 그렇게 입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처음 입어보는 드레스가 그렇게 멋지게 어울릴 수는 당연히 없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고 걷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그 모습을 매년 보게 된다.
물론 하루의 멋진 추억이 되기도 하겠으나
오랫동안 돌아다니는 인증샷이 되기도 할텐데 말이다. 걱정이 조금 되기도 한다.
외국 골프 시상식의 경우는 선수 개개인이
정장 바지도 입고
무릎 정도의 원피스 길이로도 입고
다양하고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패션으로 등장하던데
왜 우리나라 여자골프만 가슴이 푹 파이고
팔뚝이 드러난 롱드레스 형태를 고집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성의 성상품화 이런 과한 이야기를 달지 않아도(너무 나갔을지도 모른다만)
그들이 가장 이뻐보이는 것은 운동복을 입었을 때이고
우수한 기량을 선보일 때 일것이다만
시상식이니 자신의 패션 감각을 돋보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으면 안되려나.
아쉬움이 남는다. 아침부터 오지랖이 작동한다.
아무리 덕후래도 그것까지는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다만
이 글을 여자프로골프협회 높은 분들이 읽어주었으면 싶다.
물론 선수들이 그 드레스 코드를 좋아라하고 희망한다면 뭐. 내 생각이 뭐가 중요하겠냐만.
(그래도 올해가 그 중 제일 나았다. 한복드레스도 있고.)
대조적으로 어제 유튜브로 공개된 <불꽃야구>에서는 희망하는 팬을 대상으로
(경쟁률이 무려 700:1 이었단다.)
선수들의 연습 과정을 살펴보고
연습이 끝난 후 야구공을 줍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그 영상을 보면서 덕후로서 입가에 웃음이 피어오름을 느꼈다.
과하지 않은 딱 적절한 정도의 웃음이다.
아무리 덕후래도 나는 이정도가 딱 좋다.
덕후래도 다 수준이 같은 것은 아니다.
나름 객관적인 덕후를 지향한다.
내일은 일본과 레전드 야구 선수들의 경기가 있다.
물론 우리팀 화이팅이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과하지 않은 오지랖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