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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러버

제일 그리울거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서울에서 제일 좋은 점을 고르라면 무조건

TOP5 안에 들어가는것이 지하철 시스템일것이다.

물론 그 반면에는 시도때도 없이 이유도 없이 막히는 도로상황이 한 몫 한다만.

서울 어디든 돌아다니는것에 주저함이 없는 이유는

단연 지하철이 있어서이다.


1호선은 가끔 탔다.

수원 시댁에 갈때나 고척야구장을 갈때

그리고 남편은 아산 공장에서 올라올때.

주로 연배가 있는 분들이 탑승객의 대부분이었고

장거리를 움직이는 분들이 많아보였다.

2호선은 나의 주된 탑승 수단이다.

시내 3년간 출근길이기도 했고

오늘처럼 염색하러 헤어숍에 갈때나

드물게 강남을 방문해야할때 주 이동 수단이다.

1호선과 2호선이 모두 있는 신도림역은

정신이 홀라당 빠지게 한다. 여전히.

3호선은 사직동 살때 경복궁역에서 내려 집까지 종종 걸었고(그 길은 귀갓길이기도 하고 산책길이기도 한 멋진 추억의 공간이다.)

4호선은 신용산역 살때 주된 나의 이동 구심점이었고

(엄청 번화가가 되어서 약간 어지럽기도 하다. 이제는.)

5호선은 목동에 살때 접근이 가장 용이한 노선이었다.

그 이후의 6,7,8 호선은 몇번 타본 기억이 없고

9호선은 김포공항을 가는 날이 탑승일이었다.

급행을 타면 보너스를 받은 느낌이 들곤 했다.


공식적으로 서울 시민이 아니게 되는 날이 다가오면서

지하철이 없는 곳에서 어찌 이동할지를 생각해보니

자차 운전밖에 답이 없더라.

택시도 그런데 잘 잡힐지는 모르겠고

버스는 운행시간 간격이 꽤 되는 듯 하여

나처럼 시간을 쪼개쓰는것을 좋아하는 스타일에 안맞지 싶다.

할수없이 운전을 최소 2년은 더해야 하지 싶은데

아마도 지하철에서

시간을 아껴 글을 쓰고 서류를 검토하고

눈에 보이는 한강과 그 주변을 사진찍던

그런 낭만은 운전하면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것들이다니 아쉽기만 하다.

일단 을지로에서 일을 하나 보고 홍대입구로 가본다.

지하철 덕분에 많은 것들이 가능했다.

고맙다. 제일 그리울거다. 때때로.


(대문 사진은 출근길 버스에서 찍은것이다.

내가 운전을 하지 않으면 이런 멋진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만

운전을 할때는 놓치기 쉽다.

어제 퇴근길 반달은 운전석옆으로 나를 계속 따라오긴 했다만 사진은 못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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