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왔다 갔다했던 어제 오후

누군가는 행복하고 누군가는 무지 힘들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는 정년퇴직한 3월 이후 흔치 않게 바빴던 하루였다.

그렇지만 많은 생각에 마음이 더 왔다갔다했던 오후였다.

결국 어제 밤 글을 쓰지 못하고(쓸까말까 고민했으나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오늘 아침에야 생각을 정리하는 글에 도전한다.


먼저 병원에 입원중인 동생 면회를 갔다.

응급실에 갔다가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 병실로 내려온 것이니

잘 벼텨주었고 나아진 것이 맞을 것이다만

닷새 정도를 금식을 했었다니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이마에는 멍까지 들어있었다.

노란색으로 변한 것을 보니 어제 오늘 든 것이 아니다.

아마도 무슨 기기를 부착하면서 생긴 것 같다.

반년 전부터 집에서도 호흡용 보조 기기를 달고 있었다.

그것을 통해 듣는 동생의 숨소리는 점점 더 가빠지고 있다.

눈은 뜬 것인지 감지 못한 것인지 알수 없지만 소리는 들릴 것이다.

어제 처음으로 나는 조그맣게 이야기해주었다.

<지금까지 버텨온 것도 너무 장하다. 너무 힘들게 애쓰지마라. 이제 그래도 된다.>


오랜만의 방문인 목동야구장은 청춘 시절의 나를 기억나게 했다.

이곳에서 마냥 신났었던 그 시절이 있었는데

어제는 응원 조금했다고 금방 목이 쉬는 상태가 되었다.

오랜만에 본 녀석들이 반갑게 맞아주어 기뻤고

야구 선수 유니폼을 입은 녀석들은 더없이 든든하고 멋졌다.

왜 유니폼을 입으면 수업 시간과는 다른 이미지로 변신하는 것이냐? 멋지다.

아슬아슬 위기가 없을 수는 없었지만(위기는 더 많았다.)

침착하게 막아내는 순간 순간이 장하기만 했다.

다들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였다.(늙은이 눈에는 그런 것이 보인다.)

오후 선약 때문에 경기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점수를 주고 받는 지점까지는 볼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우승 축하한다. 인스타로 확인한 축하 댄스도 정말 멋졌다.

오늘은 기쁨에 가득차서 연습 없이 푹 늦잠을 자도 되는 날일 것이다.

즐겨라. 이번 연휴까지는.

햄버거 먹을 날은 감독 선생님과 의논해보겠다.


그리고는 오래전 약속된 후배와의 점심 및 산책과 운동이 이어졌고

바람은 불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우리 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우리 둘 다 몹시도 애정하는 <불꽃야구> 첫 방송이 시작된다는 안내가 떴는데

송출해주는 방송사를 구하지 못하고 유튜브로 보내주겠다는 거다.

마음이 아프다.

그들의 진심을 3년간 보았던 터라 지금의 이 사태가 화나고 가슴 아프다.

그들을 도울 힘도 방법도 없는터라 더더욱 그렇다.

둘 만의 대화로 속상함을 풀고 있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첫 방송 안내 유튜브에 돈표시가 올라오기 시작하는거다. 혹시 후원금?

댓글을 읽어보니 소정의 슈퍼챗을 보낼 수 있나보다.

댓글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와 비슷한 마음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방송을 볼 수 있게 해주어 고맙다.

이것을 얼마되지 않지만 시청료라고 생각하고 보낸다.

이런거 보내는거 생전 처음해본다. 힘내라.>

어쩌면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쏙 빼다 박았을까나?

해외 각지에서도 댓글과 슈퍼챗이 올라온다.

물론 금액은 아주 작은 금액부터 꽤 큰 금액까지

다 다르다.

금액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고 믿어주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마 C1 스튜디오도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도 내 생애 최초의 10,000원 슈퍼챗을 보냈다.


아들 녀석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이제 하다하다 별것을 다한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응원하고 싶을 걸 어떡하냐?

완치의 가망이 없는데 투병중인 동생도

거대 방송사와의 어쩌면 가망없을 싸움 중인 곳도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데 그리고 마냥 안타까울 뿐인데 어떡하냐.

내 마음을 표현할 방법이 글쓰기와 유튜브 댓글밖에 없는데

여전히 마음이 왔다갔다하는 복잡한 날이지만

동생은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고

나의 최애 <불꽃야구> 방송도 유튜브의 형태지만 새로운 출발을 하고 있다고 애써 위안으로 시작하는 아침이다.

야구부 녀석들은 아직 행복한 꿈에서 깨지 않았기를 바란다. 비까지 와서 안 깼을 확률 100% 일거다.


(아들과 남편은 모르고 있는데

5월 2일은 내 결혼기념일이다.

굳이 알려주지는 않았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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