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멈추지않는 밤낮( 你我不舍昼夜)

나의 친애하는 사진예술가 '로카이(罗凯)'에게

by Mr Fragile

이 글은 2025년 5월 27일 필자의 스레드(Threads) 계정에 업로드하였던 내용을 수정하여 올리는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로카이.png 너와 나의 멈추지않는 밤낮, 네온사진 설치, 2021


오랜만에 카페에서 책을 읽다 발견한 지난번 전시엽서, 이 전시는 같이 2인전 진행한 로카이의 작품명에서 따온 전시제목이지만 참 오래 생각하게 되는 제목이다.


你我不舍昼夜, 너와 나의 멈추지 않는 밤낮.

사실 不舍란 부정어 不와 버리다, 놓다의 의미를 가진 舍가 결합된 단어로, ‘헤어지기 아쉬워하다’, ‘떠나지 못하다‘의 의미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감정이 깊거나 아련한 상황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얼굴에 큰 화상을 입은 로카이는 몸에 흉터가 있는 사람들을 찾아 이를 기록하였다. 흉터는 자신의 일부이자, 자신의 트라우마로 애증의 대상이다. 마치 끊임없이 이어져서 되돌아오는 밤낮처럼, 로카이와 그의 상처는 주체와 객체로 무한히 반복하며 깊은 감정을 쌓아가는 연인과 같은 존재이다.


사실 브런치에 글을 작성해야지 생각한 것에 이 작품에 대한 내 감상을 스레드에 충분히 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조금 든다. 이 작품이 애틋한 이유는, 나의 너무나도 자랑스러운 친구가 의연히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기 위한 태도가 그의 사진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피부지도.png 피부지도 시리즈.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혹은 가죽에 UV프린트), 2017-2021


그는 상처 입은 사람들의 몸을 고화질의 카메라를 통해 촬영하여, 이를 다시 한 장 한 장 이어 붙여 하나의 지도처럼 만들어냈다. 피부지도, 로카이를 중국 사진계에서 확고한 위치로 올림과 동시에 자국 문화부의 검열로 인하여 수많은 상과 영광을 한순간에 가져간 양날의 검과 같은 작품. 당시에 이 작품이 검열되었던 이유는 여성과 남성의 몸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외설성에 있었는데, 사실 이 작품의 내용은 외설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지도란 무엇인가? 지도라는 것을 들었을 때 무엇이 생각나는가? 가죽, 가죽으로 만든 무언가 표시된 지도. 이 작품을 처음 본 순간. 내 머릿속에 머문 이미지는 나체가 아니라 보물지도였다. 보물지도란 원피스의 골드로저(골 D. 로저)가 처형직전 "마지막 섬 라프텔, 그곳에 내 모든 것을 두고 왔다"라거나 무협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전설의 무공비급이 잠든 무덤의 위치'에 대한 클리셰와 같이 누군가에게 있어서 아주 소중한 것이지만, 동시에 남들에게도 탐낼만한 무엇인가를 '아주 비밀스러운 곳'에 숨겨두고 그 위치를 표시한 기록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다시 로카이의 작품을 바라보면, 그가 펼쳐둔 가죽으로 된 지도 위에 특별한 표시가 눈에 들어온다. 상처. 몸 위에 새겨진 상처는 지도에 표시된 보물의 위치와 같다. 보물지도에서 보물의 위치가 X자나 각종 표기방법으로 눈에 띄게 표시되는 것처럼. 그의 지도에서 상처는 울퉁불퉁한 몸의 표면, 마치 사막의 모래언덕과 마른 강처럼 보이는 몸의 표면에서 강렬하게 시야를 잡아챈다. 피부지도, 이 작품 속 상처는 로카이에게 있어 보물의 위치가 표시된 곳이다. 로카이는 젊은 시절 왼쪽 뺨에서부터 입술과 턱하단부까지 피부가 녹아내리는 아주 큰 화상을 입었다. 이 상처로 로카이는 여러 공식행사에서 배제되었고, 심지어 결혼을 약속한 애인과도 이별하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이 상처란 얼마나 아픈 고통이었으며, 떨어뜨려놓고 싶은 증오의 대상이었을까? 보물지도가 세상에 풀리면 그 보물의 위치를 표시한 표시점을 기준으로 모든 탐욕이 모여든다. 로카이의 상처, 또 로카이가 카메라에 투사한 그들의 상처 역시 얼마나 쉽게 그 대상을 판단하고, 놀리고 심지어 비판하기 위한 탐욕의 투영으로 변하였을까? 로카이는 그런 상처를 밖으로 들어낸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보물지도를 들어내는 것처럼, 또 숨기고 싶은 자신의 '보물'의 위치를 남들에게 알리는 것처럼 그렇게 자신의 오점을 마주한다. 그 이유는 그것 자체가 로카이 본인이자, 본인에 있어 소중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너와나의 멈추지않는 밤낮.png 너와 나의 멈추지않는 밤낮,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21


그러나 그 누가 자신의 상처를 더 이상 오점이 아닌 보물로 여길 수 있으며, 또 나아가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에, 또 무심코 상처를 입힐 사람들에게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겠는가? 그의 작품을 아우르는 큰 주제의 제목 '너와 나의 멈추지않는 밤낮'은 그렇기에 빛나고 아름답다. 화상을 입고, 그것에 절망하거나 다시 절망을 털어내기 위해 노력하기를 무던히 반복했던 그의 밤낮은 정말 끊임이 없었으리라. 나와 같은 일반인은 결코 경험하지 못할 그 끊임없이, 아닐 끊을 수 없는 밤낮에서 그는 자신의 상처를 더 이상 상처가 아닌 자신의 일부로 담담히 마주했으며, 그것의 소중함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당시에 스레드에 글을 쓸 때, 해당 2인전은 나와 로카이가 끊임없이 마주하는 이 세계에 대한 이야기임과 동시에 스스로에게 하는 부단한 사고와 반성의 이야기였을 것이다라고 간략하게 적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나는 로카이와 같지 않다. 그는 부단한 사고와 반성 속에서 그 과정을 초월하여 자신을 바라보고, 또 타인을 보듬었다. 나는 무엇을 하였는가? 부단한 사고 속에서 남들과 다를 것 없는 좋은 조건 속에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을 잊어버린 것은 아닌가? 반성에 대한 태도의 끝에 무엇인가 내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내 이야기를 벗어난 내용이 존재하는가?


지금에서 로카이와의 2인전을 돌이켜본다면, 그것은 나에게 반성의 장으로서 남는 숙제이자. 친구의 의연하고 너무나도 멋진 모습이었다. 그와 함께 전시를 할 수 있어 너무나도 영광이었고, 그의 너무나도 멋진 작품을 앞으로도 더 많이 마주할 수 있길 기대한다.(2025.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