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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이 좋아 Oct 16. 2023

살아서 탈출한 옐로스톤, 고마워!

다솔솜네 여행 앨범: 옐로스톤에서 살아서 탈출하기 #3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습니다. 오늘 아침  일정은 Grizzy & Wolf Discovery Center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이곳은 비영리 야생동물원 교육시설입니다. 입구로 들어가 동물들을 보러 가기 전 뮤지엄이 있는데 이곳에서 옐로스톤의 생태에 대해 전시해 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이런 기회를 활용하여 꼼꼼히 보는 것이 좋더라고요.

 이곳에서 처음으로 만난 동물은 흑곰들이었습니다. 그중 유독  두 놈이 서로 싸우는 것 같았는데 싸우는 것이 아니라 친해서 장난치는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곰들의 세계에도 우정이 있다는 것에 신기하기도 하고 인간이 더 우열하다는 생각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들었습니다. 또 이곳에서 회색 늑대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유리를 통해  앞에 있는 멋있는 늑대를 만났어요. 늑대들의 눈은 참 매력적이에요. 날카로운 그 레이저 불빛 같은 눈빛에서 똘똘함이 묻어 나오더라고요. 솟은 귀와 힘차게 말린 꼬리에서도 맹수의 카리스마가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늑대는 참 멋있는 동물입니다.


 

 이 지역 맛집에도 방문했습니다. Firehole Bar-B-Que라는 식당인데요. 며칠 고기 구경을 못해서인지 아니면 이 구역 유명한 맛집이라서 그런지 유독 맛있게 베이비 립과 브리스켓을 먹었습니다. 역시 고기를 먹으니 힘이 나더라고요. 고기의 힘을 바로 느꼈습니다. 육식 동물들과 초식 동물들의 에너지의 느낌이 왜 다른지 알겠더라고요.  내리는 6월 여름에 먹는 향긋한 브리스켓이 잡식 동물인 나에게 많은 행복을 주었습니다.



 든든하게 점심 식사를 하고 다시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들어와 도로를 달립니다. 뻥 뚫린 초원에서 만나는 바이슨 떼가 이제 더 이상 신기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한 두 마리씩 차 근처로 다가오는 바이슨이 이제 동네 강아지처럼 느껴집니다. 멀리서 양 떼, 염소 떼, 곰, 늑대들을 보며 동물원 우리 안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람도 동물들도 스트레스 없이 한적한 시간들을 보내는 이곳. 시람들은 이곳에서 전화도 인터넷 연결도 잘 되지 않아서 더욱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놀이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야외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니 얼른 가자고 조릅니다. 하지만 내리는 비로 살짝 춥고 물살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수영이 가능한 곳인 Firehole swimming Area에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수영 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습니다. 당연한 것이었지만 아이들은 들떴던 마음을 내려놓고 많이 실망하네요. 저는 속으로 다행이다 외쳤습니다. 물놀이 후 젖은 옷들을 빨아야 하는 것은 저의 몫이니까요. 이런 이기적인 생각이 들어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이곳 옐로스톤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Old Faithful Inn에 왔습니다. 이곳은 1904년 통나무와 석재로 지어진 여관 2층입니다. 우리는 이곳에 들어가서 2층에 앉아 건물도 구경하고 선물 가게에서 기념품도 사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역시 통나무로 지어진 이 여관 안에는 오래된 의자들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손이 닿을 수 있는 곳마다 반질반질 기름을 칠한 것 같았습니다. 대중의 손길이 물건을 파괴하지 않고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새로운 것보다 옛것을 고수하는 미국인들의 고집도 느껴졌습니다. 미국의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소였습니다.


 

 아는 가족들과 공원 안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미국 생활하면서 있었던 일들도 함께하는 식탁 위에서는 맛있는 요리가 되더군요. 먼 여행지에서의 우연한 만남은 서로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150주년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와인을 마셨는데 참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음 날이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묵었던 공원 내 산장에서는 조식으로 빵과 음료수가 제공되었습니다. 기대를 안 했던 음식이라 너무 고마웠습니다. 공원 내에서는 숙소에 냉장고도 전자레인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행 준하면서 끼니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지내보는 체험도 좋았습니다.



 이곳은 물웅덩이인 Basin이 많습니다. 지하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물이 퐁퐁 솟아나는 곳이죠. 이런 곳 근처에는 멀리서 벌써 유황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Black sand Basin, Norris Geyser Basin, Midway Geyser Basin,  Midway Geyser Basin 등에 갔습니다. 이런 곳은 끓는 물이 분수처럼 솟아오르더라고요. 유황 냄새를 맡으며 노상 온천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지구가 숨 쉬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곳에는 그 땅에 사는 박테리아에 따라 땅의 색이 좀 다르다고 합니다. 정말 총천연색으로 그 빛깔을 뽐내는 물웅덩이들이 있었습니다.

 Artist Paintpots, Fountain Paintpots과 같은 곳에서 트레일을 걸으며 이곳을 구경했습니다. 알록달록한 색의 온천들, 작게 솟아오르는 온천수들을 보면서 지구가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명한 Old faithful Geyser 왔습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하면 사람들이 많이 떠올리는 곳이죠.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간헐천입니다. 우리 가족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한 번, 그리고 벤치에 앉아 30분 정도를 기다린 후, 이렇게  두 번의 온천수 분출을 보았습니다. 듣기로는 예전에는 더 높이 물줄기가 솟아올랐는데 점점 그 높이가 낮아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지구도 그 기력을 점점 잃어가나 봅니다.



 Old faithful Geyser를 구경하고 숙제를 끝낸 홀가분한 마음으로 근처를 산책하기로 했습니다. 그때 이곳저곳에서 공원 관리원들이 빨리 이곳을 떠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유를 물으니 폭풍이 몰려오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었죠.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부부는 다시 이곳을 올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이고 결과가 안 좋았으면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최선이었겠지요. 우리는 속도를 내서 다 구경하고 가자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폭풍  고요라더니 하늘은 정말 말짱했거든요. 우리는 속도를 내며 걸어서 Beauty pool, Chromatic  pool들의 알록달록한 색도 구경하고 사진도 많이 찍어 왔습니다.

 특히 못 보고 가면 정말로 후회했을 Morning Glory Pool을 오래 보고 왔습니다. 말 그대로 나팔꽃 모양과 영롱한 화려한 색을 보며 오길 잘했다며 서로를 칭찬했습니다. 사람들이 이 아름다운 곳에 음료수병이나 동전 등을 던져서 색이 바래지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화가 났습니다. 지구야, 지켜주지 못해 미안.



 도로에 차가 거의 없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주차장에도 차가 한 대도 없었습니다. 우리는 숙소로 뛰어가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내려와 옐로스톤 국립공원 출입구로 달렸습니다. 긴급한 상황인지라 경찰차 구급차 고는 차들이 없었고, 입구는 이미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무섭기도 하고 조바심이 났습니다. 옐로스톤아, 이제 안녕~! 5일간의 만남을 끝으로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달려야 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탈출하였습니다.


 다음 날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보는데 로스톤 국립공원의 소식이 나오더라고요. 집중호우로 대홍수가 발생해 도로가 유실되고 관광객들이 대피했으며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여행에는 이런 누구도 예상치 못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인생도 여행처럼 예상 못하는 일들이 불쑥불쑥 생기겠지만 그 순간을 즐기며 감사하며, 견디기도 하며 살아야겠지요. 모두에게 신의 은총이 함께 하기를 바라는 순간입니다. 옐로스톤에서 뛰놀던 동물들도, 잔바람에 흔들리던 풀들도, 바위 끝 작은 들꽃들도, 그곳의 돌들도 모두 무사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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