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도 많이 벌고 나이가 40이지만, 엄마가 싫어하는거 못해
"너가 딱 눈감고 엄마한테 맞춰주면 되잖아"
"엄마도 양보를 하는데 너는 왜 안 하려고 그래?"
내가 상담하다보면, 부모님께 휘둘리는 분들은 은근히 고학력에 고소득자들이다.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그들의 기대를 충족하며 살았더니 내가 달성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누군가를 리드하거나 통솔하는 역할을 맡지만, 누군가의 생명을 책임지기도 하지만, 엄마 기대에서 벗어나는 것은 조금도 책임 지기 싫은 걸지도 모른다.
한 분은 엄마가 무례한 요구를 했다고 한다.
"우리가 5억 지원해줄테니 그 쪽 집에서도 맞춰오라 그래."
"엄마! 우린 그 정도 필요 없다니까~"
"아 됐어! 이 정도도 못 맞춰오는 집안이야? 우리 재산 노리고 결혼하는거 아니야?"
이런 어머님들은 당연히 일상적인 대화로는 말이 안 통한다. 무의식에서부터 자녀를 같은 인간이라는 존재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본다는 점, 사람을 급을 나누어 보는 파시스트적인 관점, 본인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남들 의 비도덕성 탓으로 돌리는 피해망상적인 증상 등등 일반인이 파악하고 대처하기에는 너무 뿌리깊은 문제다. 그래서 결혼반대하는 부모님을 '설득'하려 하지 말라는 이유가 이것이다. 설득은 합리적 입장끼리 만났을 때 하는 것이다. 정서적으로 피폐한 대상에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럴 땐, 리드하는 대화를 해야한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리더는 떼쓴다고 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다. 만약, 말도 안되는 걸로 떼쓰는데, 그게 질린다고 들어줘버리면 가족이라는 집단의 규율은 무너진다. 무례한 요구는 쳐내야한다.
물론, 쳐내고 나면 다양한 정서적인 괴롭힘이 따라온다. 비난했다가 싹싹빌었다가 소리질렀다가 울었다가 화냈다가 슬퍼했다가 새벽에 2~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말했다가, 다음날 아침 차려주면서 미소지었다가... 정신과에 입원 안한게 다행일 정도로 괴롭히기도 한다.(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다.)
제 아무리 인간의 몸을 배웠다는 전문의도 정서적 독립이 뭔지 자신이 어떤 상태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다. 비행기를 분석 하는 사람과 파일럿은 다른 직업이다. 학부시절에 정신의학을 배웠던 의사들도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소리다. 그러니 밖에선 선생님 소리 듣고 집에선 "엄마 제발..."이러고 있는 것이다.
정서적 독립은 '아는 것'이 아니다. '훈련되어 지고 연습하는 것'이다. 머슬 메모리에 가깝다. 연습하자. 애꿎은 사랑하는 사람 상처주지 말고 연습하자.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사람들은 온전하고 건강한 사랑을 할 자격이 부여되지 않는 듯 하다. 원래 사랑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성숙한 자들의 권리다. 결혼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제발 이런 소리 하지 말자.
"들어보니까 엄마 말 맞아. 그러니까 내가 결혼 추진 못하는거야! 그래서 그런거야!! 난 마마보이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