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어제 밤에 불쾌한 첫 경험을 하고 마음을 다스리기도 전에 다른 불쾌함이 찾아왔다. 아무런 문제없다고 믿고 있었던 아랫니에 찌릿찌릿한 자극이 와서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솜뭉치를 꽉 깨물다가 다시 양치질도 하고 혼자 끙끙대다가 진통제를 먹었다. 새벽 3시, 이 시간에 약상자를 뒤지다가 물과 함께 진통제를 삼키고 바닥에 벌러덩 누워있는 내 모습이 어이가 없었다. 1시에 자려고 누운 뒤 2시간 넘게 끙끙대던 내가 참 웃기게도 순한 양처럼 누워있었다.
약 한 알을 먹자마자 급습하는 안도감이 참으로 간사했다. 물과 함께 벌컥벌컥 넘긴 이 조그만 알약이. 내 몸 안에서 어떻게 작용될지는 잘 모르지만 약을 먹었다는 그 생각에, 이제 전혀 고통스럽지 않을 거라는 믿음에 내 마음이 편해졌다. 휴대폰을 확인하니 새벽 4시었다. 공부도 영화보기도 아닌 이런 무기력한 가을 밤은 처음이라 한동안 기억에 남을 듯 싶다. 침실로 돌아와 다시 전기장판을 키고 이불을 목까지 꼭 덮고 잠들었다.
모두 다 마음먹기 나름이다. 나의 걱정과 아픔에는 약이 있다. 약이 어떤 식으로 나를 위로할지는 잘 모를지라도 나는 눈앞에 닥친 그 상황들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마음가짐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다시 깨닫게 된 지난밤. 아니 비 오는 금요일의 서늘했던 새벽.
지금은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비 오는 오늘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