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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litta Jun 01. 2016

나 혼자 산다

  봄부터 시작한 나의 혼자 살이도 딱 세 달이 됐다.

운 좋게 잠깐 한국을 떠나 새로운 소속을 갖게 되었고 별 준비 없이 허겁지겁 비행기를 타고 넘어와 벌써 세 달이나 지났다. 겨울에 태어나 올 초 뒤늦게 내리는 눈을 볼 때까지 나는 부모님 품을 떠난 적이 없었다. 내 10대를 모두 같은 도시에서 보냈으며 대학 생활마저도 전과 같은 배경을 갖고 있다. 물론 중간에 잠깐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사정상 간신히 누울자리만 있는 원룸에서 다섯 달간 지내기도 했지만, 온전히 홀로 생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처음. 대학을 졸업한 다음 맞이하는 새로운 시작이 신선하면서도 당황스러워 하나하나 쉽게 손을 데지 못하고 있다.


  처음이라서 그런가, 지난 3개월간의 독립은 그다지 독립적이지 못 했다. 매사에 미숙하기에 사사로운 것까지 부모님께 물어보기 바빴고 초록 검색 엔진 없이는 주방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라면을 먹는 날이 한 달에 손에 꼽힐 정도였는데 이제는 일주일에 두 번이나 끓여먹고 있다. 더불어 즉석식품에 애착을 갖기 시작했고 냉장고에는 맥주만 쌓여 있다. 그리고 뒤늦게 빠진 백종원 씨의 레시피. 한참 유행하던 간단 요리들을 뒤늦게 따라 하고 있다. 어설프게 한 요리는 잠시나마 식사 다운 식사를 하게 해주었으나 그 뒷정리는 미루기 일쑤였다.


  미용실에서 흘깃대던 잡지 속 북유럽식 인테리어는 갓 자취를 시작한 이에게는 사치일 뿐, 여기서 더 일벌일 필요 없이 깔끔한 게 최고라며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면서 SNS를 둘러보며 담아 둔 집안 용품들도 여전히 마음속에만 품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장바구니는 늘 꽉 차있지만 정작 주문하려면 두세 번 곱씹어 보게 되고, 마트에 가면 행사 상품에 먼저 눈길이 간다.



가끔은 꽃과 함께


  집에 돌아가기 전, 산책 삼아 마트에 들러 맥주 한 병과 감자칩을 산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서 오늘 저녁에는 꼭 끝내야 할 일들을 순서대로 정리한다. 눈이 뻑뻑하기는 하지만 밀린 집안일을 되새겨보니 11시 전에 잠들기는 일찌감치 포기. 집안일이라고는 청소기 돌리는 것과 설거지 밖에 몰랐는데 혼자 지냄에도 불구하고 좁아터진 거실과 방을 슥 둘러보면 할 것 투성이다. 머리를 질끈 올려 묶고 하나하나 해치우다 보면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창문 넘어 들려오는 낯선 이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면서 이제야 소파에 쓰러지듯 몸을 던지고 미리 냉장고에 넣어둔 맥주를 꺼낸다. 경쾌한 맥주를 따는 소리 그리고 시원한 목넘김, 분명 내일 아침에는 미친 듯이 후회하겠지만 아무 간섭 없이 불을 다 끄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이 소소한 시간이 그나마 어설픈 혼자 살이를 위로해준다. 이미 습관이 된 맥주와 함께 와그작 감자칩을 씹으며 보내는 밤. 배는 불러오는데 마음은 알게 모르게 가라앉는다.


  불이 꺼져있는 집에 들어가는 건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늘 꿈꾸던 혼자만의 공간이 생겼고 더불어 마음에 허한 구석까지 생겨버렸다. 혼자 지내는 것은 단순히 일인 거주가 아니라 집 안의 모든 관리와 경영을 혼자 담당해야 하며, 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더욱 부지런히 움직여야 함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더욱이 지난 이십여 년 매일 퇴근 후 돌아온 엄마께 같잖은 핑계를 대며 많은 부담과 책임을 넘겼는지, 나의 못된 안일함에 부끄럽고 죄송할 따름이다.


  일 년밖에 안되는 제한된 시간 내 나태했던 지난 삼 개월과 달리 얼마나 달라지고 성장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미지수이다. 준비되지 않은 혼자 살이기에 정신적으로 불완전한 나의 독립이 언제쯤이면 익숙해질까.


  이제껏 몰랐던 외로움까지 발견하는 요즘, 어쩔 수 없이 가족의 품이 지독히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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