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바라보는 달라진 시선
바야흐로 책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대한민국에서만 한 해에 약 6만 5천 권이 쏟아져 나온다.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공공도서관을 얼추 찾을 수 있다. 요즘처럼 책이 넘쳐났던 적은 없었다. 또 요즘은 형태도 다양해지는 중이다. 전자책이나 소리책을 비롯하여 책이라 부르기 애매한 웹툰이나 웹소설도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종이책을 제외한 형태 가운데 어떤 것이 주류로 부상하게 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정보와 지식의 묶음'인 책의 본질이 크게 달라진 건 같진 않다. 하지만 책을 읽는 주체인 독자의 태도는 크게 변했다.
지난 1년간 단 한 권이라도 읽는 성인은 47.5%(문화체육관광부, ‘2021년 국민 독서실태’)이다. 즉 성인 2명 중 1명은 1년 동안 책을 전혀 펼쳐보지 않는다. 독서 방해 요인으로 성인은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26.5%와 '책 이외의 매체/콘텐츠 이용' 26.2%를, 학생은 '스마트폰, 텔레비전, 인터넷, 게임 등을 이용해서' 23.7%와 '교과 공부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 21.2%를 각각 기록했다. 반면 학생은 종합 독서율이 91.4%였다. 단 성인과 학생은 독서 범위를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종이책과 전자책은 둘 다 비슷하게 독서라 인식했지만 성인은 웹소설을, 학생은 만화책을 독서라 생각하는 비율이 높았다.
위 조사는 뭘 의미할까? 매체 환경이 급변하여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정보나 지식을 습득할 창구가 많이 늘었다. 또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 독서 형태가 다변화했다. 한 마디로 독자를 둘러싼 환경이 변했다. 이로써 명백해진 건, 정보나 지식을 독과점했던 책의 지위가 무참히 흔들렸다는 사실이다. 그중 인터넷이야말로 본격적으로 책으로부터 활자를 떼어내어 전기선을 타고 세상을 돌아다니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책의 형태나 독서 행위가 크게 달라진 상황에서, 우리는 독서를 대하는 태도를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생겼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았던 이유는, 책에서 원하는 걸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독자는 책을 통해 지식이나 정보가 아닌 성장을 원한다.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 줄 책은 기꺼이 선택받을 것이다. 향후 독서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설사 괴롭고 힘들지라도 성장을 갈구하는 방향으로 변모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우리가 책을 대하는 태도는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앞으로 출판사는 밀도 높은 책을 생산하고, 유통사는 진심을 담을 기획으로 독자에게 다가가며, 독자는 성장하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책에 돈과 시간을 투자할 것이다. 말하자면 과정이 결코 유쾌하지 않은, 그럼에도 성장엔 꼭 필요한 책을 읽는 독서만 남을 것이다. 왜냐면 21세기는 책 이외에도 정보나 지식을 얻을 수단은 넘쳐나고, 또 책이 아니어도 즐거움을 얻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달라졌고, 사람도 달라졌기에, 이제 책도 변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