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일상이 나의 일상으로_1

삼 십대가 되어서야 발을 디딘 첫 사무직 도전기

by 빨간색탱탱볼

서울은 정신없이 참 재미있는 곳이다.


출퇴근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역사 안에서 줄을 지어 다니는 광경이 너무 신기했다. 나를 포함한 그들은 마치 무리를 지어 다니는 개미떼 같았다. 퇴근 시간에는 특히 지옥철을 조금이라도 피해보겠다 뛰며 달리는 그들의 치열한 몸짓은 마치 도착지점에 다다른 달리기 선수 같다고 생각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면 나도 나중에 저럴까? 서울로 시작한 출근길이 일주일밖에 되지 않아 여전히 이런 광경들이 흥미롭기만 하다.


역 앞 오피스 단지에는 여러 음식점이 자리 잡고 있다. 점심시간에는 나처럼 혼자 먹는 사람들이 있고 동료들과 같이 먹는 사람들, 그렇게 두 부류로 나뉜다.

점심시간에 혼밥을 하면서 옆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대화를 엿듣는 것도 아주 흥미로웠다. 아까 불만이 있었던 일 또는 누군가의 험담을 하면서 식사를 하는데, 그 그룹에서도 각자의 역할이 있는 것 같다. 한 명은 대화를 주도하고, 한 명은 적절한 피드백과 맞장구를 쳐주고,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듣기만 하고 그 대화를 참여하지는 않는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던 오피스 직원들의 일상을 내 눈과 귀, 모든 감각으로 마주하다니! 신기하도 하고 하루하루 콩트를 보고 있는 기분이 고 있다.


우리 오피스 분위기는 엄청나게 경직되어 있다. 사무실 경험이 없어서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잡담 한마디가 없다. 모든 사람이 화장실을 오가는 것 외에는 일만 한다. 그만큼 위계질서가 뚜렷한 것 같고 이제 입사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나, 훈련소에 방금 막 입소한 훈련병 같은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어쩐지, 퇴사율이 높다더니 이유가 있었구나.'


현장직으로만 일 나는 컴퓨터를 잘 사용할 줄 모른다. 완전 컴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에 가깝다. 출력, 저장, 프린트 용지갈기 등 기본적인 것부터 눈으로 캐치하고 배우려고 하는 중인데, 난관이 부딪칠 때마다 사무실 내 유일한 친구를 찾게 된다.

그 친구 이름은 바로 "ChatGPT"

이런 컴맹에게 기본적인 엑셀을 요구하면 아주 기본일지라도 남 모르게끔 진땀이 흐리기 시작하면서 등짝까지 옷이 젖어버리고 만다. '사실 어려운 걸 시킨 게 아닌데 모른다고 안 할 수도 없고...' 어차피 해야 하는 거! 챗친구를 수없이 소환해서 서툴지만 결국엔 받은 업무를 마무리를 짓는 중이곤 하다.

"고마워, 챗지야!"


신입사원의 몇 가지 팁도 들은 기억이 있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접해오던 사회생활 꿀팁은 바로 "신입사원은 출근을 빨리해서 앉아있어야 하는 게 정석이고 퇴근시간엔 절대 먼저 일어나면 안 된다."

출근시간은 적당히 늦지 않게 출근하고 있는데, 문제는 바로 퇴근시간이다. 매일 느끼는 거지만 분명히 18시가 땡쳤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18시가 되지 않은 것처럼 미동이 없다. 너무 바빠서 이사실을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건지 아직까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이다.

비록 현장직일지라도 사회생활 십 년차인 나는, 첫날 18시가 되었다고 해서 절대 엉덩이를 먼저 떼지 않았다. 오랜 경험으로 봤을 때 이 회사의 실세는 과장이다. '과장이 집에 가자고 해야 가는 거구나?'

이런 모습들이 현장직과 정반대라는 점이 많이 놀랍다. 현장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생산을 하는 경향이 높아서 퇴근시간마저도 칼 같은 경향이 높다. 거기서는 늦게 퇴근해도 오히려 욕을 먹는데 여기는 도대체 집 가는 타이밍이 언제쯤인 건지, 아직 흐름파악을 더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하루의 시작과 끝은 요즘 이렇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방금 막 입소한 훈련병 모습으로 상황파악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어린 나이가 아니다 보니 주, 첫 달을 무리 없이 보내야 앞으로가 편하고, 그때 미운털이 박히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사실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낯선 환경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가면을 쓰고 첫 주는 넘겼는데, 과연 다음 주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또 어떤 것을 발견하게 될지 걱정 반, 기대 반로 첫 주 일요일을 보내는 중이다.


다음 주도 내가 쓰게 될 가면은 같은 가면일까? 아니면 또 새로운 가면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