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공간을 빚어내는 두 가지 방식

상업 브랜드 두바이, 하이엔드 브랜드 아부다비

by Zack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넘어가는 고속도로. 사막을 가로질러 한 시간 남짓 달렸을 뿐인데, 두 도시가 공간을 다루는 방식은 극단적으로 달랐다. 두바이가 화려한 '쇼룸'이라면, 아부다비는 묵직한 '진짜 도시'다. 공간을 기획하고 브랜드를 다루는 입장에서 바라본 두 도시의 전혀 다른 공간 문법을 정리해 보았다.

IMG_5534.HEIC 아부다비와 두바이 사이엔 이런 사막이 펼쳐져 있다


두바이의 공간 기획은 직관적이고 노골적이다. 이 도시는 끝없이 솟아오른 스카이라인과 인공섬으로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철저히 외부 자본과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어진 거대한 테마파크에 가깝다.


공간을 채우는 방식뿐 아니라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이들의 직관적인 자본력은 드러난다.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사막의 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두바이는 상업 지구의 야외 거리에 직접 에어컨을 가동하는 방식을 택했다. 막대한 에너지를 태워 오픈된 거리에 냉기를 쏟아붓고, 자연의 한계마저 자본으로 통제해 버리는 맹렬하고 거대한 스케일이다.


하지만 아부다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상향 평준화'된 도시의 밀도와 여백이다.

경쟁하듯 솟아오른 마천루로 스카이라인을 채우는 대신, 도시 전체가 일정한 수준의 인프라와 정갈한 조경을 유지하며 수평적으로 넓고 단단하게 퍼져 있다. 정제된 미니멀리즘과 하이엔드 건축이 주는 차분한 안정감. 진짜 자본은 과시가 아니라 절제에서 나온다는 것을 도시 전체의 톤앤매너로 보여준다.

F1007877.JPG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건 거리의 조경이었는데,도시 전체에 일정한 수준의 그늘이 조성되도록 배치되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아부다비는 두바이처럼 에어컨으로 사막을 억누르는 대신, '지속 가능성'을 도시의 뼈대에 심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 혁신이 바로 탄소 제로를 실험하는 '마스다르 시티(Masdar City)'다.


이곳은 야외에 무작정 에어컨을 트는 대신, 공간 설계 자체로 온도를 낮춘다. 도시의 지대를 높이고 건물의 배치와 거리를 좁게 설계해 자연스러운 그늘을 만든다. 여기에 사막의 바람을 상공에서 포집해 거리로 내려보내는 아랍의 전통적인 '윈드 타워(바르질)' 시스템을 현대 건축으로 구현해 냈다. 막대한 전력 소비 없이도 공간의 구조만으로 거리의 체감 온도를 주변보다 10도 가까이 낮추는, 치밀하고 자생적인 쿨링 기획이다.


이런 방향성의 차이는 문화 인프라를 대하는 태도로도 이어진다. 사디야트 문화 지구의 루브르 아부다비. 이 세계적인 예술의 돔 아래에는 화려한 글로벌 파인다이닝 대신, 아부다비 로컬들이 소비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LOCAL(로컬)'이 자리 잡고 있다.

Screenshot 2026-04-23 at 10.17.47 AM.png 출처 : The Local 홈페이지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바버샵과 한정판 스니커즈, 커피가 결합된 큐레이션 된 하위문화(Subculture)의 아지트다. 막대한 오일 머니로 지은 예술의 전당 안에 동네의 취향을 리드하는 로컬 커뮤니티 허브를 입점시켜, 그 자체를 갤러리의 일부처럼 대접하는 것이다.


글로벌 씬(scene)의 시선이 이동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계적인 서브컬처 매거진 하입비스트(Hypebeast)는 최근 두바이의 마천루 대신 아부다비의 씬에 주목했다. 이들은 아부다비에서 'BRED Abu Dhabi'라는 거대한 네오 컬처 페스티벌을 직접 기획하고 선보였다. 자본으로 지은 하드웨어(건물)를 넘어, 패션과 음악이라는 소프트웨어(문화)가 모이는 젊은 허브로서 아부다비의 잠재력을 글로벌 마켓에 입증한 것이다.


https://bredabudhabi.com

중동전쟁 이슈로 연기된 네오 컬쳐 페스티벌 BRED ABUDAHBI



자본의 힘으로 랜드마크를 세우고 거리에 에어컨을 트는 것은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모래 위의 화려함이 끝났을 때를 대비해 공간 구조로 기후를 극복하고, 로컬 커뮤니티의 문화적 토양을 다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두바이가 트렌디한 마케팅으로 시선을 끄는 상업 브랜드라면, 아부다비는 묵묵히 자신의 본질을 다지는 하이엔드 브랜드다. 똑같은 모래 위에서 자본이 공간을 어떻게 빚어내는지, 두 도시는 전혀 다른 해답을 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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