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초반 보릿고개가 부모와 사회가 만든 운명이었다면 인생 후반 보릿고개는 누구도 아닌 세월에 따른 숙명이다. 초반길이 자갈밭의 오르막이라면 후반길은 기름진 땅의 내리막 길과 같다. 그러니 내리막에 헛되이 힘쓰지 말고 텅 빈 마음으로 느리게도 말고 빠르게도 말고 시간에 꼭 맞추어 헛디디지 않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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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보릿고개는 경제적으로 20대까지였고, 국가적으로는 60대부터 시작되었으며, 사회적으로는 아직 당도하지 않았지만 저만치서 오고 있음을 느낀다. 어릴 땐 먹을 게 없는 게 이유였다면 나이 들어서는 뭐든 많이 먹었지만 시간이 원수가 되어 서로 쓸모가 없다고 서로 낙인찍고 몰아가는 탓이다. 실질적 쓸모없는 시기는 사회통념보다 점차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길게보면 틀리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