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를 찾아서
당신은 얼마나 많은 영화에서 미술 작품이 (비록 그 자신이 예술임에도) 소재로 등장하는지 알고 있는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영화와 미술 작품이 면밀히 공생해 왔기 때문에, 스크린 안의 작품을 보는 것은 더는 낯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영화사의 계보로 본다면 철저히 전통적이기까지 한데, 내가 이 매거진을 시작하는 이유는 학술적 담론을 위해서라거나 전문적이고 어려운 내용들을 늘어놓기 위해서가 아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각설한다. (영화 속 작품들과 그 역사성에 대한 연구 및 분석 글은 검색 엔진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훌륭하고 다양한 담론들이 많으니, 혹 궁금한 사람이 있다면 참조하시길.)
이 매거진의 개설 의도를 말하기 전에, 오해 방지를 위한 구분부터 시작해야겠다. 나는 단순히 나의 개인적인 관심사 때문에 영화 속 미술 작품에 주목하는 사람이며, 특히 흥미롭게 느껴진 작품들은 이따금 소재로서 영화 글에 녹여내기도 한다. 다시 말해, 내가 브런치에서 미술 이야기를 한다면 그것은 나나 당신의 공부 목적이 아니라 그저 그 영화가 내가 가진 지식과 공명했기 때문이다. 내 브런치 글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의 영화 글은 내가 영화에서 주목한 것들을 공유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일 뿐, '영화를 통해 미술품을 해설'한다거나, '미술로서 영화를 해석'한다와 같은 명확한 노선은 없다. 다시 말해 나의 영화 글에 미술이나 철학과 같은 요소가 중점적으로 다뤄진다면, 그 영화를 볼 때 내가 해당 부분에 주목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러니 당신이 만약 나의 글에서 학적인 무언가를 발견하고자 노력한다면 헛된 일이다. 그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아니며, 나의 브런치 개설 의도와도 어긋난다. (나의 글을 통해 지적인 깨달음을 얻었다면 그것은 오롯이 당신의 능력이다.) 그리고 이제서야 브런치의 개설 의도를 구구절절 밝히는 것은, 지금 여는 매거진 역시 그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예상했겠지만, 나는 이 매거진에서 미술을 보다 본격적으로 다룰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심도 깊은 미술사적 혹은 미학적 이야기를 하진 않을 것이다. 이런 부류의 글들은 이미 많으며,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글부터, 전문적인 분석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내가 하려는 일은 그보다 더 개인적이고 다소 엉뚱한 것이다.
나는 영화 속 도둑들이 어떤 예술 작품을 훔쳤는지, 그 값이 얼마인지 확인하고자 한다.
아마 이걸 읽은 몇몇 사람들은 무슨 그런 것을 궁금해하느냐고 물을 것이고, 내가 너무 속물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혹은 드물게, 이 호기심에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궁금하지 않은가? 상당히 많은 영화들이 예술 작품을 디자인적 요소부터 내용의 중심 주제까지 다양하게 활용해 왔는데, 아무도 내게 그 작품들의 현 시장가가 얼마인지 그리고 그것들이 얼마나 중요한 작품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지 않았다. 나는 다소 유치하게도, 그것들이 얼마인지, 또 어떤 역사적 배경을 지녔는지(이 부분은 필요에 따라 아주 가볍게 다뤄질 것이다. 이게 길어지면 '쉽게 읽는 미술사'와 같은 입문서의 성격을 띠게 될 테니까), 그래서 그것들을 훔치는 도둑들 중 누가 가장 대담하고 뛰어난지 궁금하다. 이를 위해 나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내가 본 영화 속 작품들에 주목할 것이며, 누군가 작품을 훔친다면 해당 작품의 가격을 확인할 것이다. 그리고 이 양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그들 중 최고의 도둑을 가려볼 것이다.
그러니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이 매거진은 최고의 미술품 도둑을 가리기 위한 리그이다. 여러분이 관객으로서 해줄 일은 나의 시선을 따라가며,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예술과 도둑을 다뤘는지, 그들이 왜 그것을 훔쳤으며, 그것이 얼마인지, 그리고 그들 중 누가 최고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게 잘 될지는 모르겠다. 누군가는 이미 생각하고 있겠지만, 영화 속 작품들이 언제나 실재하는 것은 아니며, 어떤 작품들은 '시장가'를 붙이는 게 마치 신성모독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브런치 소개란에 써 놓았듯 나는 기성세대가 일컫는 'MZ' 세대이고, 이곳에서는 '올바른' 글을 쓰는 사람 보다 솔직한 사람을 지향하고 싶다. 또한 '이단아'라는 편리한 자기 변명으로 만든 가면 뒤에 숨어있으므로, 어떤 사람들은 '감히' 하지 못할 일들을 패기있게 시도해볼 생각이다. 그러니 만일 이 글이 당신의 관심을 끌었다면, 영화 속 대도를 찾는 여정을 함께 지켜봐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