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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뚜 Feb 23. 2022

Prologue. 둘에서 셋으로.

시골쥐 부부의 출산-육아 이야기

2021년 7월 10일 6시 45분, 내 인생 최초로 임신테스트기라는 것을 사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 집 앞 편의점으로 향했다. 임신테스트기가 어디 있지.. 요리조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아 집에서 조금 더 떨어져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아침 소변으로 봐야 임신 여부가 정확히 나온다는 글을 읽은 터라 소변을 참고 있었다.

방광이 터질 것 같아서 미친 듯이 집으로 왔다.      


후다닥 화장실에 들어가서 참았던 소변을 보고 임신테스트기를 사용하였다. 2분쯤 지났을까? 뭔가 선이 보이는 것 같았다. 주변 정리를 하고 다시 확인해보니 임신테스트기는 두 줄을 나타내었다. 나.. 임신한 건가? 살짝 예상은 했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오빠가 침대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오빠 나 임신된 것 같아!’      


그러자 들려오는 대답은      


‘그럴 줄 알았어.’      


잉? 그럴 줄 알았다고?      


‘어떻게 알았어?’      


 오빠는 내 생리일을 알고 있었는데(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이번 달에는 생리를 시작하지 않길래 ‘혹시?’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였더라는 거다. 나한테 물어보고 싶었지만 괜히 스트레스받을까 봐 기다리고 있었다고.      


 내가 생각했던 놀라운 반응이 아니어서 살짝 실망했지만 어쨌든 아기를 갖기로 마음먹고 2번째 시도 만에 성공한 게 기쁘면서도 감사했다.      


 이제 두 줄이 나왔으니 산부인과 가서 아기가 잘 생겼는지 확인하면 되려나?      


도시에 갓 상경한 시골쥐처럼 들뜬 우리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산부인과로 향했다. 하지만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역 주변에 또 다른 산부인과를 찾았다. 손님이 한 명도 없던 그 산부인과. 임신 확인을 하고 싶어서 왔다 그러니 테스트기에 두 줄이 어떻게 떴냐고 물었다. 그래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아직 옅네요.’라고 하면서도 이 정도면 70~80%는 아기집을 확인할 수 있을 거라며 초음파 의자로 안내했다.      

두근두근, 아기집이 생겼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화면을 보는데,           


없다.

아무것도 없다.     

나의 자궁은 빈집이었다..!


머쓱해진 의사가 괜히 난소는 상태가 어떤지 봐주겠다며 질 초음파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의자에서 내려온 나는 약간 실망한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의사 왈, 자궁외 임신이나 화학적 유산일 수 있으니 일주일 기다려보고 다음 주에 다시 병원에 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33,700원을 내고 불안과 걱정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일주일 뒤, 그 병원은 다시 가지 않았다.

집에서 가깝고 큰 산부인과를 예약해서 방문하였고

그날 우리는 아기집을 확인하였다.





만두를 처음 본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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