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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뚜 Feb 23. 2022

애기는 아빠가 키우면 안 되나요?

[엄마 시점] 어서와, 출산-육아는 처음이지?

 우리 아기 태명은 ‘만두’다.

 공식적으로는 만두처럼 속이 꽉 찬 사람이 되라는 뜻.

 우리끼리는 만두처럼 포동포동한 볼살을 갖고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지었다. 임신 초기 2~3mm밖에 안되던 만두는 다행스럽게도 내 뱃속에서 무럭무럭 잘 자라 34주 2.4kg에 이르렀다.      

 

 우리는 어떻게 만두를 키울 것인가에 관해 꽤 많은 시간을 들여 대화를 했다. 둘 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고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는 엄마든 아빠든 곁에 있어주자는 데 동의했다. 다만 생계를 위해 둘이 동시에 육아휴직을 쓸 수는 없었다. 그래서 1년씩 나눠서 쓰기로 결정했다.      


누가 먼저 육아휴직을 할 것인가?      


보통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대부분은 여자가 먼저 육아휴직을 할 거라 생각한다. 출산 후 몸 회복도 해야 하고 모유 수유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 신생아는 엄마 돌봄을 필요로 하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내린 결정은 조금 달랐다.     


 출산휴가 90일이 끝나는 대로 남편이 먼저 1년 육아휴직을 하고 나는 회사에 복귀하기로 했다. 내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이어 쓰면 좋겠지만 남편은 내 산후우울증과 박사학위 논문을 먼저 생각해주었다. ‘괜찮아. 바쁘게 지내면 산후우울증 올 시간도 없어~’라고 말했지만 기어코 집 밖을 나가라며 자신이 육아휴직을 먼저 하겠다고 자처했다. 나를 생각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기특하고 예뻤지만 내 머릿속에는 이상한 의문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남편 혼자 신생아를 보는 게 가능할까?'

 '내 몸은 90일 후에 출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온전히 돌아올까?'     


 생각해보면 나도 남편도 아이를 처음 키워보는 입장이니 누가 더 잘하고 못하고는 없을 거였다. 그렇게 보니 남편 혼자 갓난쟁이 만두를 보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다. 특별히 내가 모유 수유를 고집하지도 않고(우리 엄마는 모유가 잘 안 나오셨던 터라 나도 애초에 모유 수유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아기 돌보는 법이야 우리 둘 다 같이 배워 익히면 됐다. 게다가 남편은 나보다 요리도 잘하고 청소도 잘하며 꼼꼼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둘 다 월급도 비슷했고, 오히려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고 내가 복귀하는 편이 회사 생활에서도 유리했다. 내 몸은...?


출산휴가를 쓸 때 출산일 기준 뒤로 최소 45일은 남겨두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 걸 보면  아이 낳고 45일 이상 쉬면 괜찮다는 얘기겠지?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 뭔가를 시작하는 데 겁이 없는 나는 일단 질렀다.      


‘그래! 그럼 내가 바로 복귀하지 뭐.’

‘대신 박사학위 논문 써야 돼.’     


 응... 써야지. 출산, 육아로 면죄부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남편이 적극적으로 협조를 해주니 열심히 해야겠지. 어쨌든 잠정적으로 우리만의 결정을 내린다.     


일하는 엄마, 육아하는 아빠가 되기로.     




*     




신년 시댁 가족모임 때 선언했다. 만두 태어나면 남편이 육아 휴직하기로 했다고.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아버님께 남편을 많이 도와달라고 말씀드렸다. 당황하셨는지 묘하게 표정이 굳어지는 아버님. 갑자기 어떤 스님께서 하신 말씀을 인용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애기는 엄마가 키워야지.”     


돌 때까지는 애기가 엄마 곁에 있어야 한다는 말씀도 덧붙이시면서. 어떻게 생각해보면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엄마의 포근한 품을 아기가 더 필요로 하겠지. 하지만 아빠의 단단하고 듬직한 품을 아기가 느껴볼 수 있는 기회도 필요하지 않을까? 둘 다 처음 엄마, 아빠가 되어서 뭐든 서툴고 부족할 텐데. 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엄마가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버님의 말씀에 남편도 살짝 당황한 듯했지만 우리의 생각엔 크게 변함이 없었다. 나보다 육아서적을 더 꼼꼼하게 읽고 준비하는 남편. 나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성격이라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는 타입이라면 남편은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서 최대한 변수를 줄이는 타입이었다.


 남편은 육아 서적을 읽고 나면 나한테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었다. 그 뒤엔 같이 육아의 세계를 탐구(?) 하는 시간을 가졌다. 많은 대화와 탐구의 시간을 가진 끝에 내린 결론은 육아에서 모범답안은 없다는 것이다.


아이 by 아이, 우리 만두가 어떤 아이인지에 따라 수면교육이 결정되고 모유 수유/분유 등등이 결정되는 거였다.      


 결국, 낳아봐야 아는 거다.     


그러니까, ‘그래도 애기는 엄마가 키워야지’라는 말도 아이가 태어나봐야 아는 것 아닐까?

같이 육아를 배워나간다면 100일 후에는 아빠 혼자서도 아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남들이 다 안 될 거라 말하는 모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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