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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뚜 Feb 24. 2022

자분이냐 제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엄마 시점] 어서 와, 출산-육아는 처음이지?

출산을 앞두고 출산 후기 글들을 보며 나는 만두를 어떻게 아야 좋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연분만을 하면 좋겠지만 내가 엄살쟁이에 체력 거지라는 걸 아는 지인들은 ‘굳이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반응이다.


 그럼 제왕절개를 할 것인가. 한 번도 수술이란 걸 해본 적이 없는데. 수술도 무섭다. 게다가 척추 마취도 무섭고..(이상스럽게 나는 마취를 하면 하반신 마비가 오거나 수술 후 못 깰까 봐 두렵다.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 걸 보니 벌써 쫄보 냄새가 솔솔...)     


나는 자료 조사하고 분석해서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그동안 출산 후기 글들을 보며 출산 유형을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자연분만 순산형     

보통 진통이 온 뒤 자궁 문이 잘 열리고 무통주사가 잘 들어 8시간 내 큰 어려움 없이 순풍 아이를 낳는 경우

    

2. 자연분만 난산형     

속골반이 좁거나 아이가 커서 혹은 무통주사 효과를 못 보고 12시간 이상 생진통을 겪어내며 결국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낳는 경우     


3. 자연분만 실패 후 응급제왕형     

난산을 겪다가 아기가 태변을 보거나 이대로 두면 산모와 아기 모두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응급 제왕수술로 아이를 낳는 경우   

  

4. 제왕절개형     

역아이거나 아기가 너무 크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자연 분만이 불가능하여 어쩔 수 없이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는 경우     


5. 선택제왕형     

자연분만도 가능하나 산모의 선택으로 제왕 절개하여 아이를 낳는 경우     





이외에도 분만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내 선택지는 자연분만 아니면 제왕절개라 여기까지만 정리한다.      




어쨌든, 우리 부부가 생각한 최악의 경우는 3번, 자연분만 실패 후 응급제왕수술을 받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을 먼저 생각하게 된 이유는 만두의 머리가 주수보다 4주 크기 때문이다. 임신 중기 때는 2주 더 컸는데 후기로 갈수록 간격이 점차 벌어지더니 34주에 이르러서는 4주 앞서기 시작했다.          


      

36주 막달 검사 날. 의사 선생님이 ‘자연분만 생각하고 계시죠?’라고 물었을 때 나와 남편은 ‘아기 머리가 커서 오늘 검진 때 보고 더 커져있으면 제왕절개 하려 구요.’라고 말했다.      


“꼭 아기 머리가 크다고 해서 자연분만이 어려운 건 아니에요.”     



일단 아기 상태를 보자며 초음파실로 들어갔고 만두의 머리는 40주 머리 크기에 육박하고 있었다.     



“아이고, 아기 머리가 크긴 크네요.”     



배 둘레는 36주에 딱 맞고 다리는 33주로 짧은 만두. 추정 몸무게는 2.9kg. 초음파 실을 나와서는 제왕절개 수술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설명을 들었다.      


자궁내막염, 수술 부위 감염, 자궁이완증, 유착 관련 출혈, 배뇨 장애, 주변 장기 손상, 장폐색, 골반 장기 유착 등... 각종 병명이 다 나오며 내 눈과 머리를 어지럽혔다. 부작용 설명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졌다.          



“선생님, 자연분만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기 머리가 큰 편이라 힘들 거예요.”          



하.. 괜히 제왕절개 이야기를 꺼낸 걸까. 그래도 저는 자연분만하겠습니다!라고 해야 했던 걸까. 항상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고 걱정하는 나는 순간 후회했다. 그냥 자연분만한다고 할 걸...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사 선생님은 꿋꿋이 제왕절개 부작용 설명을 이어갔다.      



어지러운 설명들이 끝나고 수술동의서와 산모수첩을 들고 진료실을 나왔다. 결국 나는 5. 선택제왕을 하기로 한 셈인데 이게 잘한 선택일까? 확신이 없다.     



내가 혼란스러워하며 갈팡질팡 하고 있으니 옆에서 남편도 걱정스런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왜에... 무서워서 그래?’

‘응, 무서워.’      


뭐든 다 무서워 여보.           

내가 체력이 부족해서 자연분만하다 힘을 못주면? 만두도 스트레스 받아서 힘들어하다 태변이라도 먹으면? 진통은 얼마나 아플까? 수술대 위에 누워서 바라보는 천장은? 수술끝나고 찾아오는 아픔은...

 


하지만 미리 걱정한다고 사라질까. 어차피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둘 중 하나는 겪어내야 할 일이다. 내가 징징거리고 두려움에 빠져있다고 고통이 반으로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만두가 ‘뿅!’ 하고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뿅!’하고 태어나면 얼마나 좋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하지 않는가. 웃으면서 즐길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무서워하고 걱정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만두를 품고 있는 날도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그 2주를 두려움과 걱정 속에 살기에는 지금 이 순간들이 모두 소중하니까.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내 선택을 믿고 지지하기로.

조용히 제왕절개 부작용을 받아들이며 준비하기로.          




무사히 만두가 태어나고 나 또한 건강하게 회복할 거라는 믿음을 갖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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