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의 개척정신과 한류의 길

by 방구석 정치



1. 광개토 대왕이 남긴 도전과 개척의 정신

광개토대왕은 우리 역사 속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개척한 인물로 기록된다. 고구려의 전성기를 이끌며 만주와 한반도 전역을 아우른 그의 업적은 단순한 군사적 정복이 아니라, 끊임없는 도전과 개척의 정신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광개토(廣開土)’라는 이름 자체가 ‘영토를 크게 연다’는 뜻을 담고 있듯이, 그의 통치는 새로운 길을 열고 민족의 기상을 드높이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광개토의 시대가 지나면서 우리는 만주와 대륙으로 뻗어나가던 길을 잃었다. 고구려의 멸망, 발해의 소멸, 조선의 북진 포기와 같은 역사는 민족이 품었던 큰 꿈이 좌절되는 과정이었고, 그 결과 좁은 반도 안에서 강대국의 압력과 침탈을 감당해야 했다. 이는 우리에게 풀리지 못한 집단적 한(恨)으로 남았다.

무력으로는 더 이상 이 한을 풀 수 없었던 시대, 우리 민족은 문화와 정신적 힘으로 스스로를 지켜왔다. 한글의 창제, 판소리와 같은 전통 예술, 끊임없는 학문과 교육에 대한 열정은 무력 대신 문화로 자신을 세우는 방식이었다. 이는 곧 광개토의 개척정신이 다른 형태로 살아남은 증거라 할 수 있다.

오늘날 한류는 바로 그 연장선 위에 서 있다. K-POP, 드라마, 영화, 게임 등은 더 이상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역사적 한을 문화로 풀어내는 새로운 개척의 길이다. 광개토대왕이 칼과 방패로 길을 열었다면, 우리는 노래와 영상, 그리고 한류라 불리는 문화의 힘으로 새로운 영토를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2. 문화가 가진 힘: 이념과 무력을 넘어

문화는 단순한 오락이나 유행이 아니다. 군사력은 지도를 바꾸지만, 문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꾼다. 이념은 논리와 선전으로 설득하려 하지만, 문화는 매력과 공감으로 다가와 생활 속에 스며든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는 국경과 체제를 넘어, 강압적인 힘보다 더 깊고 오래가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가령 중국의 예를 생각해보자.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전략은 정치인과 권력자에게는 분명 효과를 거두어 왔다. 거대한 시장과 경제적 이익, 정치적 압박을 내세워 일부 지도자들을 친중적으로 끌어들이는 데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은 단기적으로는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체제를 흔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대중, 특히 청소년과 시민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중국식 선전은 회유와 통제를 수단으로 하지만, 한류는 자유와 다양성, 참여와 공감을 기반으로 퍼져나간다. 결국 친중적인 권력자의 선택과 대중의 정서 사이에는 괴리가 생기고, 이는 장기적으로 중국 전략의 한계를 드러내게 된다.

아울러, 한류가 이미 중국 내부에서도 은밀하게 뿌리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한한령을 내리고 검열을 강화했지만, 중국의 젊은 세대는 VPN과 SNS를 통해 K-POP, 드라마, 게임을 접하며 한국 문화를 일상 속에서 소비한다. 이들은 차단을 피하면서 자유로운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과 생활양식을 바꾸어 간다. 그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자유와 다양성을 학습하는 경험이다.

앞으로 중국의 정치 변화 과정에서 이러한 문화 경험은 중요한 잠재력이 될 수 있다. 지금은 작은 취향과 오락처럼 보이지만, 세대가 교체될수록 누적된 경험은 가치관과 정치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한류가 심어주는 자유와 개방의 감각은 공산당의 통제와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언젠가 체제 변화를 이끄는 씨앗이 될 것이다. 무력과 이념으로는 바꿀 수 없는 변화를, 문화는 조용히 준비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 점은 네팔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정치 엘리트와 제도에 깊숙이 스며들었지만, 결국 대중의 불만과 젊은 세대의 온라인 연대가 반정부 시위를 촉발했다. SNS를 통한 정보 공유와 문화적 연대가 정치 권력의 친중적 선택을 무력화시키고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중국 내부에서도 한류를 통한 자유 경험이 누적된다면, 네팔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권력자의 선택보다 대중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

3. 한류의 현재와 미래

한류는 더 이상 특정 장르나 일시적 유행이 아니다. 음악과 드라마, 영화, 게임, 웹툰, 패션, 뷰티, 음식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문화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와 한국적 특성이 결합되어 있다. 오늘날 한류의 대표적 동력은 단연 K-POP과 영화·드라마라 할 수 있다.

K-POP은 치밀한 팀워크, 세련된 퍼포먼스, 정교한 제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세계 젊은 세대의 언어가 되었다. 단순한 노래와 춤을 넘어, “함께 도전하고 성장한다”는 메시지와 자발적 참여 문화가 결합해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했다. 이는 개인주의적 대중문화를 넘어서는 집단적 소속감과 연대감을 제공하며, 젊은 세대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한국적 정서와 서사를 통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족애, 사회적 불평등, 정의와 공정 같은 주제는 국경을 넘어 보편적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촘촘한 서사 구조와 섬세한 감정 표현은 서구식 블록버스터나 일본식 서사와 차별화된 독창성을 보여주며, 문화적 대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한류는 경제적 효과를 넘어 자유·다양성·창의성이라는 생활 규범적 가치를 전파한다. 억압과 획일 대신 선택과 참여, 상호 존중이 일상이 되는 경험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성장한 세대들에게도 강력한 자극이 된다. 그 과정에서 한류는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생활 방식을 자연스럽게 전파하는 문화적 통로가 된다.

앞으로 한류가 지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새로움과 다양성의 유지가 필요하다. 광개토대왕이 끊임없는 개척정신으로 영토를 넓혔듯, 한류 역시 서사와 음악, 연출의 실험, 장르의 확장을 통해 신선함을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창작자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정한 생태계가 뒷받침되어야 하며, 특정 국가나 지역에 의존하지 않고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한류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시대적 가치와 문명의 흐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4. 세계의 반응: 각국 정부와 국민이 보는 한류

한류의 확산은 각국 정부와 국민의 시각에서 서로 다른 반응을 불러왔다. 국가마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사회적 조건이 달라, 한류는 단순한 문화 현상을 넘어 체제와 가치의 갈등과도 연결되어 있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과 검열을 통해 한류의 공식 유통을 억제해 왔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VPN과 SNS를 활용해 K-POP과 드라마를 소비하며 자유와 다양성의 감각을 체험하고 있다. 이는 권위주의적 통제에 균열을 내는 문화적 저항으로 작용한다.

북한
정권 차원에서는 한류를 ‘사상적 오염’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단속한다. 하지만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와 음악이 은밀히 퍼지고 있으며, 이는 주민들에게 체제 밖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을 불러일으킨다. 한류는 북한 정권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내부에서 조용히 자유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역사·정치 문제로 한일 갈등을 반복하지만, 국민 특히 젊은 세대는 한류를 자연스럽게 소비 문화로 받아들였다. K-POP은 일본 오리콘 차트를 장악했고, 드라마와 영화는 스트리밍을 통해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정치적 갈등에도 불구하고 문화적 공감대는 한일 관계의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대만
정부와 국민 모두 한류에 긍정적이다. 민주주의적 가치와 개방적 사회 분위기를 바탕으로 한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공동 제작과 문화 교류에도 호의적이다. 특히 젊은 세대는 한국 문화를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의 대안으로 받아들이며, 이는 한국과 대만 간 친밀감을 강화한다.

네팔
네팔은 정치적 불안과 부패로 청년층의 불만이 누적된 사회지만, 동시에 K-POP과 한국 드라마가 널리 소비되는 나라다. 젊은 세대는 한류를 통해 글로벌 문화와 연결되고, 자유·공정성·참여의 가치를 체득해 왔다. 최근 ‘Gen Z 시위’에서도 SNS를 통한 연대와 문화적 자각이 중요한 동력이 되었는데, 한류 경험이 이러한 의식 형성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한류가 권위주의 체제뿐 아니라 개발도상국 민주화 과정에서도 은밀한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5. 맺음말

한류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국경을 초월해 마음과 생활양식을 바꾸는 문화적 힘이다. 중국과 북한 같은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한류의 씨앗이 자라지 못하게 막으려 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이를 소비하며 자유와 다양성을 경험한다. 일본과 대만처럼 개방적 환경에서는 한류의 꽃을 더욱 활짝 피우게 한다. 결국 한류는 오락을 넘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생활 규범을 확산시키는 문화광개토의 길이다. 앞으로 한류가 지속성을 가지려면 창작 생태계의 공정성과 다양성을 지키고, 글로벌 네트워크와 연대를 통해 더 큰 문명의 숲으로 성장해야 한다.

특히 중국과 북한과 같은 폐쇄적 체제에도 한류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문화적 경험은 직접적인 정치 개혁보다 더 은밀하면서도 지속적인 변화를 준비시키기 때문이다. 방법은 강요가 아니라 작은 틈새와 일상적 접촉을 활용하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교육·청년 교류, 음식·패션 같은 생활문화의 스며듦이 그 통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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