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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da Jun 08. 2023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것

한 때 사업을 꿈꿨었다. (그렇다고 지금은 끝난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업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몇 년의 일하는 시간을 통해 나라는 사람은 1에서 100은 쉽게 만들지 몰라도 0에서 1은 만들기 어려워한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업을 하려면 어느 순간에는 계산을 멈추고 결단을 내리고 무엇이든 시작해 보는 것이 필요한데, 나라는 사람은 나중에 size up을 고려해서 제반업무를 다지는데 시간을 쏟거나, 이 사업이 조금 크고 나서 겪게 될 문제들을 보느라 시작도 하기 전에 접는 것을 선택했었다. 그동안 자신의 사업을 만들어낸 founder를 보면서 일단 시작한 다음에라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기반도 다져가는 것이 가능함을 지켜보았지만, 내 일에 있어서는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빼지 못한 채 매번 고민 그리고 보류를 반복했다.


https://brunch.co.kr/@236project/38


그럼에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충족되지 않는 무언가는 늘 있었다. 갑작스럽게 바뀐 회사의 방향성, 그런 상황에서 결국에 나는 회사의 방향성을 따라야만 하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직장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깨달음. 내 것을 하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그렇게 매번 느끼게 되었다. 그럼에도 계속 사업은 시작하지 못한 채 머리로 계산만 하며 잘난 척하는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느껴지는지, ‘내 것을 못할 거면 회사에 만족하고 다녀. 회사에 만족 못하겠다면 내 것을 하면 돼!’라고 스스로를 다그쳤지만 그 이분법적인 생각 안에서 두 선택지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고 나는 괴로워했다.


그렇게 매번 이건 저래서 안되고, 저건 저래서 안되고 더 깊게 파보지 못한 사업노트를 드디어 접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였다. 사업만큼 내가 매번 해봐야지 하고 끼적이다 멈춰버리는 것들 중 지금 내가 바로 할 수 있은 일은 무엇일까? 내게는 그것이 글쓰기였다.


“마케터에 대한 이야기, 나아가 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쓰고 싶다.”


내가 회사에서 일하면서 얻게 된 깨달음들, 마케터는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다들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매니저에게 질문은 어떻게 하는지 처럼 내가 어려움을 겪었고, 깨닫고 났더니 이처럼 명쾌할 수가 없는데 왜 이렇게 명쾌한 것을 다들 가르쳐주지 않았는지 싶던 것들을 글로 하나씩 남겼다.


그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이번에는 재고 따지지 않고 그냥 했더니 결과물이 나왔다. 그렇게 생각의 전환을 한 지 1년 반 만에 브런치북이 하나 나왔고, 책 한 권을 출간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글들을 집필하고 있다.


그리고 결과물로 남은 것들을 가끔씩 다시 보는데, 그 글들에 내가 다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내가 썼나 싶을 만큼 다시는 못 쓸 것 같은 이야기들도 많다. 유퀴즈에서 타블로의 이야기를 듣다, ‘그 당시 나만이 쓸 수 있는 가사’라는 단어가 와닿았다.



나는 미래의 내가 너무 아득하게 느껴져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했는데, 지나고 보니 유일무이하게 그때의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었다. 시간이 더 지나 내가 성장하고 성숙했다 하더라도, 그 당시 이야기는 그 당시 나만이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다 보니 또 다른 방향성이 생겼다. 그 당시 내게 글쓰기는 회사에도 만족할 수 없고 내 사업도 못 하니 그냥 글이라도 쓰자며 시작한 것이었지만, 1년 반의 시간을 쏟고 나니 글쓰기는 나의 한 부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나에게 변함없는 목적지도 하나 생겼다. 앞으로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나중에 내 딸이 삶의 갈래길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할 때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리고 마케터, 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 파트 끝내고 나니 또 쓰고 싶은 글들이 나를 채웠다. 내가 이번에 낸 책이 마케터를 꿈꾸던 대학생일 때의 나, 마케터로 일을 막 시작한 나를 위한 글이었다면, 이제는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 때 다들 이렇게 힘든지 고민하던 나를 위한 글이 쓰고 싶어졌다. 그렇게 ‘회사 안에서 마음 지키며 일합시다’를 쓰고 있다.


생각해 보면 늘 마음 지키는 법에 대해 쓰고 싶었지만, 예전의 나는 쓰지 못하던 글이었다. 글을 계속 쓰면서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글로 풀어나가는 것이 늘기도 했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또 다른 경험을 만나 숙성되면서 이제는 교훈만 물 긷듯 길어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났다. 그렇게 그냥 하다 보니 그다음 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사업 또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주 안에 들어오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어느 날에 갑자기 토스처럼 큰 사업체나 혹은 젠틀몬스터처럼 힙한 브랜드를 시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냥 내가 매일 시간을 쏟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관련한 무언가가 발전하여 내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렇게 지금의 일들 또한 언젠가 내가 늘 생각했던 사업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회사에서 마음 지키는 법에 대해 늘 고민하고 생각하는데, 이 이야기들이 모여 책이 될 수도 있고, 뉴스레터가 될 수도 있고, 그런 콘텐츠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나면 마음 지키는 것을 일깨우는 노트북 스티커를 팔아서라도 커머스는 쉽게 붙여지니까.  (Content --> community --> commerce 흐름으로 사업이 성장하니까.) 그동안 사업하면 거창한 무언가, 세상을 바꾸고, 비즈니스 모델이 고도화된 무언가 들만 생각하느라 늘 끼적이다 멈추길 반복했지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그 일에서 발전된 정도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길이 보이는 듯하다.


언젠가 나의 마음을 지키는, 단단한 일상을 만드는 것들과 관련된 일을 할 나에게 글을 보내본다. 우선은 콘텐츠부터 단단히 만드는 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고 있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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