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반복하는 삶, 그럼에도

by 고양이수의사

나는 자주 실패한다. 실패를 해서는 안 되는 직업임에도 그렇다. 하나하나 오답을 지워가며 정답을 찾고 이미 틀려봤던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말을 할 수 없는 대상을 진료하며 스무고개하듯 정답을 찾아나가는 일. 그러면서 거치는 많은 오답들. 그럼에도 그 과정을 믿어주는 사람들 덕분에 결국 답을 찾는다. 그것을 10년 넘게 해오다 보니 정답을 향해 가로질러 갈 때도 있다.


어떤 실패는 굉장히 치명적이어서 불안하고 긴장될 때도 있다. 내가 수없이 해온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은 언제든 찾아오기 때문이다. 나만 알고 있는 크고 작은 실패의 경험이 쌓여 지금의 나를 돕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동안 겪었던 힘든 순간들이 고마울 때도 있다.


시간이 충분히 지나야 성공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전까지는 실패한 기분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결국 해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큰 기쁨이 찾아온다. 걱정하고 고민했던 그 시간을 보상받는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 번 성공하더라도 결국은 실패를 만난다. 그들의 삶은 우리에 비해 턱없이 짧기 때문이다. 실패가 예정된 일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가끔 궁금해진다. 적당한 실패와 성공의 비율은 몇 대 몇인지. 적절한 직업의식과 사명감의 비율은 어떤지. 그리고 나는 잘하고 있는지.


실패에서 배우는 것을 평생 반복해야 한다면 덜 틀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어려운 과정이 쉬워 보였으면 한다. 조금만 덜 미안해하면서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