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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19. 2024

남의 말에 신경 쓸 것 없다

자기만의 철학, 신념, 가치관 정립하기


중학교 때 내복 입고 다녔습니다. 겨울방학 직전, 그러니까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제법 추웠거든요. 비실비실 약골이었던 저는 조금만 추워도 아주 꼼짝을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교실에 무슨 히터가 설치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난로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체육시간에 옷 갈아입으려고 겉옷을 벗을 때면 친구들이 기다렸다는 듯 저를 놀렸습니다. "야! 무슨 영감도 아니고! 내복은 무슨 내복이냐!" 추워서 내복 입는 게 무슨 놀림감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지만 워낙 많은 녀석들이 한꺼번에 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당하기만 했었지요. 


참다 참다 겨우 한 마디 했습니다. "너희들처럼 바들바들 떠는 것보다는 내복 입고 든든하게 있는 게 훨씬 나아!" 별 효과도 없는 그 말을 겨우 내뱉고는 수업 마칠 때까지 버티는 게 전부였습니다. 


체육수업이 있었던 다음 날, 학교에 갔더니 몇몇 친구가 제게 다가왔습니다. "은대야, 어제 네가 하는 말 듣고 나도 오늘 내복 입고 왔다. 바들바들 떠는 게 너무 싫었는데, 내복 입으니까 따뜻하고 좋네."


놀릴 때는 재미 있었겠지만, 자기들도 추위에 떠는 건 싫었던 겁니다. 내복 입는 건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여러 친구가 동시에 놀려대니까 자신들도 끼어들어 한 목소리를 냈던 것뿐이죠. 


이후로 우리 교실에서는 내복 가지고 놀리는 일 없었습니다. 다들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복 껴입고 등교하는 아이가 꽤 많았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첫 번째 인생 승리의 기록입니다.


군 전역 후로 머리를 길러 본 적 없습니다. 짧은 스포츠형으로 깔끔하게 다니는 게 편했기 때문입니다. 거울 속에 비친 긴 머리 제 모습이 영 어색했고, 또 지저분하게 보였던 탓도 있습니다. 양복 입고 회사 다닐 때도 머리는 짧았고, 캐주얼 복장으로 사업할 때도 머리 기른 적 없습니다. 


아내는 저를 보며 머리 좀 길러 보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누나도, 친구들도, 빡빡이(?) 제 머리를 보면서 다들 한 마디씩 했었지요. 숱이 적으니 머리가 짧으면 아래가 훤히 들여다보여서 저절로 노안이 된다며 무슨 조폭처럼 보인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가끔 머리를 길러 본 적도 있습니다. 아니, 시도는 해 본 적 있지요. 그러나,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미용실에 가서 확 밀어버리곤 했습니다. 동안도 좋고 스타일도 좋지만 무엇보다 저 자신이 마음에 들어야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오십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짧은 머리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제 제 남은 평생에 긴 머리는 없을 듯합니다. 단정하게 깔끔하게 그냥 이렇게 짧은 머리로 사는 것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무슨 문제가 있었느냐? 아니죠. 전혀 없었습니다. 머리에 신경 쓰지 않은 덕분에 다른 해야 할 일들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샤워하고 샴푸하고 머리 말리는 데에도 20분 채 걸리지 않습니다. 머리 쪽으로 에너지 낭비하는 일 하나도 없습니다. 


이제 아내도 포기했습니다. 주변 누구도 제 짧은 머리를 가지고 구박(?) 주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 머리 내 마음 대로 하겠다는 것뿐입니다. 예의에 어긋나거나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 아닌 이상 굳이 남들 비위 맞출 필요 없겠지요.


맨 처음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 모두 저를 말렸습니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울면서 반대했습니다.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세상 어떤 가족이 전과자 파산자 경험을 드러내는 것에 찬성하겠습니까. 


그럼에도 저는 첫 책을 출간하고야 말았습니다. 사업 실패부터 시작해서 막노동꾼으로 일하는 모습까지. <내가 글을 쓰는 이유>라는 책에 모조리 다 담았습니다. 바로 그 첫 번째 책 덕분에 오늘날 [자이언트 북 컨설팅]이라는 기적 같은 1인기업이 존재할 수 있었던 거지요. 


가족과 지인들의 말을 무조건 무시한 덕분에 성공했다? 그런 말 절대 아닙니다. 다들 저를 위하는 마음에서 말렸던 것이고, 또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나쁜 감정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제가 가진 나름의 신념과 철학을 밀어붙여 결국은 좋은 성과를 내었으니 참 다행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지요.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습니다. 남의 말 듣지 마세요. 친한 친구든, 존경하는 스승이든, 사랑하는 부모님이든, 그 누가 되었든 자신의 신념 대로 말하고 행동하길 바랍니다. 


내 인생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오직 나 혼자 모든 걸 책임지고 이끌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말을 참 쉽게 합니다. 선택도 판단도 아주 수월하게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내 문제에 대해서 나 만큼 심사숙고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단, 자신의 뜻대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원칙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자신의 길을 걷기 위해 반드시 따라야 할 원칙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첫째, 자신만의 철학과 신념과 가치관을 명확하게 정립해야 합니다. 지식도 지혜도 없으면서 무조건 자기 뜻대로 하겠다는 건 신념이 아니라 고집입니다. 그럴 경우 실패하고 무너질 가능성이 더 큽니다. 오히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할 판입니다. 


둘째,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해 보겠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내 생각이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고, 남의 말이 무조건 틀린 것도 아닙니다. 다만, 누구도 미래를 점칠 수 없으니 경우의 수를 다 따져 보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셋째, 자기 뜻대로 하되 그것이 순간적인 감정 반응이어서는 곤란합니다. 무슨 일이든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에라 모르겠다!"라며 판단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심사숙고해야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넷째,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조건 무시하기만 해서는 곤란합니다. '참고'라는 말이 있지요. 옳고 그름을 떠나 주변 사람들은 다들 나를 위해서 조언도 해주고 충고도 해주는 겁니다.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측면에서라도 모든 의견을 '참고'해야 합니다. 


다섯째, 어떤 결정을 내리든 모든 책임은 스스로 지겠다는 각오가 필요합니다.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세상과 환경과 타인의 탓으로 돌릴 거라면 애당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조언을 구하고 배울 거라면 실력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SNS 시대이다 보니 실력도 없으면서 입만 살아가지고 남의 인생에 훈수나 두려는 사람이 차고 넘칩니다. 그런 사람들의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기 시작하면 중심 잃고 엉망 됩니다. 


책도 많고 강의도 많고 온라인 정보도 다양합니다. 어느 때보다 공부하기 수월한 세상입니다. 실력도 쌓고 나름의 철학과 신념도 정립해서 자기 중심 단단히 세워야 혼란스러운 세상 잘 살아갈 수 있겠지요. 


'잘난 놈'이 넘쳐나는 세상이라 귀 얇은 사람들 쉽게 휘둘립니다. 당장 온라인 광고만 보더라도 모든 제품이 내게 필요한 것 같고 모든 상품이 최고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분별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마세요.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의 길 묵묵히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외쳐대던 "비전 없는 글쓰기/책쓰기 시장"에서 저는 인생을 통째로 바꾸는 성공 이뤘습니다. 제 눈에는 아직도 이 만한 블루오션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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