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깊이와 넓이를 동시에 잡는 전략적 독법
책은 무조건 많이 읽는 게 남는 걸까요, 아니면 한 권을 읽더라도 씹어 먹듯 깊게 읽어야 할까요. 독서 코칭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이 '다독 vs 정독'이라는 난제입니다.
많이 읽자니 머릿속이 산만해지는 것 같고, 깊게 읽자니 세상의 방대한 지식들로부터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특히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 초보 작가들에게 이 고민은 더 치열합니다.
넓게 알아야 풍성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깊이가 없으면 가벼운 글이 될까 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왜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는 걸까요?
다독과 정독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유는 독서를 '하나의 방식'으로만 수행해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뇌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텍스트를 같은 강도로 읽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전략입니다.
마치 모든 길을 전력 질주로 달리거나, 모든 풍경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려는 것과 같습니다. 다독에만 치중하면 지식의 파편화가 일어나 '아는 것은 많으나 쓸모는 없는' 상태가 되고, 정독에만 매몰되면 지식의 고립이 일어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편협함에 빠지게 됩니다.
결국 문제는 양이냐 질이냐가 아니라, '어떤 책을 어떤 속도로 읽을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독서법을 강조하는 사람 중에는, 자신이 만든 독서법이 마치 최고인 듯 자랑하는 경우 없지 않은데요. 책마다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양한 독서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당연하고 마땅합니다.
이분법적 고민을 끝내줄 해결책이 바로 '수준별 병행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책의 난이도와 목적에 따라 독서 모드를 전환하는 전략입니다. 모든 책을 평등하게 대우하지 말고요. 대신 책을 단계별 수준별로 분류하여 다독과 정독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지요.
가벼운 정보성 도서나 에세이는 빠른 속도로 다독하며 지식의 스펙트럼을 넓히고(다독 모드), 삶의 근간이 되는 고전이나 전문 서적은 한 문장씩 곱씹으며 정독하는(정독 모드) 방식입니다.
이렇게 수준별로 독서를 병행하면 뇌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지식의 확장과 심화를 동시에 이뤄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이렇게, 저 책은 저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글 쓰는 사람에게 '수준별 병행 원칙'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작가의 뇌는 다양한 재료가 모이는 용광로와 같아야 합니다. 다독을 통해 트렌드를 읽고 다양한 소재를 채집하는 안테나를 세우는 동시에, 정독을 통해 사유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닻을 내려야 합니다.
다독으로 얻은 풍부한 어휘와 정독으로 다져진 논리 구조가 만날 때, 비로소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입체적인 문장이 탄생합니다.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는 편향된 글을 낳지만, 병행 독서는 초보 작가의 글에 유연함과 무게감을 동시에 실어줄 겁니다.
무슨 일이든 한 가지 방식만을 고집하는 사람에게서는 성장과 발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책 읽는 방식에 있어서는 철학과 신념 따위 적용할 필요 없습니다. 장르에 따라, 독서 경험에 따라, 책 두께에 따라, 책 내용에 따라, 독자 상황에 따라 책 읽는 방법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원칙을 일상 독서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제가 가장 권하고 싶은 방식은 '7:3 황금비율'을 유지하는 겁니다.
전체 독서 시간의 70%는 비교적 쉽고 흥미로운 책들을 빠르게 다독하며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요. 나머지 30%의 시간은 '인생의 고전'이라 부를만한 무거운 책 한 권을 정해 아주 천천히 정독하는 것이죠.
다독하는 책들은 일주일 만에 갈아치우더라도, 정독하는 책은 한 달 이상 옆에 두고 매일 조금씩 파고드는 겁니다. 마케팅 전문가들이 대중적인 콘텐츠와 전문적인 칼럼을 섞어 발행하듯, 우리 뇌에도 대중적인 지식과 심오한 지혜를 전략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독서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독은 독자의 지평을 넓혀주고, 정독은 독자의 존재를 깊게 만듭니다. 많이 읽지 못한다고 괴로워하거나, 너무 느리게 읽는다고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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