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아니라 단위를 바꾸면 된다
책 한 권 읽는데 한 달 걸립니다. 주변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권씩 읽는다는데, 저는 한 권을 붙잡고 몇 주째입니다. 읽는 속도가 느리니까 점점 조급해집니다. 조급해지니까 내용이 더 안 들어옵니다. 결국 중간에 포기합니다.
"나는 원래 책을 느리게 읽는 사람이야."
이런 말로 겨우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습니다. 1년 가까이 지나고서야 알게 됐습니다. 문제는 속도가 아니었습니다.
속도가 느린 게 아니라, 단위가 잘못된 겁니다 하루에 30페이지 읽어야지, 이번 주 안에 다 읽어야지, 이렇게 목표를 세우면, 매일 자신의 읽기 속도를 측정하게 됩니다. 10페이지밖에 못 읽은 날은 실패한 기분이 들고, 절반도 못 읽고 일주일이 지나면 자괴감이 밀려오는 거지요.
문제는 '페이지'라는 단위 자체에 있습니다. 페이지는 책마다 글자 크기도 다르고, 행간도 다르고, 내용의 밀도도 다릅니다. 같은 30페이지라도 에세이의 30페이지와 철학서의 30페이지는 전혀 다른 무게입니다. 페이지 수로 목표를 세우면 불공평한 게임을 하는 셈입니다.
단위를 바꿔야 합니다. 페이지가 아니라, 챕터로. 1일 1챕터가 작동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챕터는 완결된 단위입니다. 챕터 하나에는 하나의 주제가 담겨 있습니다. 시작이 있고, 전개가 있고, 마무리가 있습니다. 한 챕터를 읽으면 "오늘 이 내용을 읽었다"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30페이지를 읽었을 때는 명확한 독서량이 애매한데, 한 챕터를 읽었을 때는 "3장까지 읽었다"라는 식으로 딱 떨어집니다.
둘째, 매일 완독의 경험을 줍니다. 한 챕터를 끝내면 작은 완독감이 생깁니다. 책 전체를 다 읽어야만 느낄 수 있는 성취감을, 매일 조금씩 경험하는 겁니다. 이 작은 성취감이 쌓여서 책 한 권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 겁니다.
셋째, 속도 스트레스에서 해방됩니다. 오늘 몇 페이지 읽었는가 세지 않아도 됩니다. 한 챕터가 8페이지든 25페이지든 상관없습니다. 오늘의 목표는 한 챕터를 끝내는 것이니까요. 짧은 챕터인 날은 일찍 끝나서 기분이 좋고, 긴 챕터인 날은 많이 읽어서 뿌듯합니다. 어느 쪽이든 스트레스가 아닙니다.
실행 단계도 정리해 봅니다. 도움 되면 좋겠습니다. 먼저 1단계입니다. 1단계는 목차를 펼치는 과정입니다. 책을 시작하기 전에 목차를 훑어보는 거지요. 전체 챕터가 몇 개인지 확인합니다. 열 챕터짜리 책이라면 10일이면 끝나겠다 감이 잡힙니다. 끝이 보이면 시작이 쉬워집니다.
2단계는 하루에 딱 한 챕터만 읽는 겁니다. 더 읽고 싶어도 한 챕터에서 멈춰야 합니다. 물론 흐름이 좋아서 두 챕터, 세 챕터를 읽는 날도 있을 겁니다. 그건 보너스이지, 기본 목표가 아닙니다. 기본은 항상 한 챕터입니다. 기본을 낮게 잡아야 매일 성공할 수 있습니다.
3단계는 읽은 챕터 번호를 기록하는 작업입니다. 수첩이든, 메모 앱이든, 책 뒷표지든 어디든 좋습니다. 오늘 읽은 챕터 번호만 적으면 됩니다. "3/15" — 15챕터 중 3챕터까지 읽었다! 이 숫자가 하나씩 올라가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됩니다.
챕터가 너무 긴 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끔 한 챕터가 50~60페이지인 책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챕터 안의 소제목을 단위로 쪼개면 됩니다. 소제목 하나가 새로운 챕터라고 생각는 거지요.
반대로, 한 챕터가 2~3페이지밖에 안 되는 책도 있습니다. 에세이집이나 짧은 글 모음집이 그렇죠. 이런 경우에는 3~5챕터를 하루 분량으로 묶으면 됩니다.
핵심은 오늘 읽을 분량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는 겁니다. 양이 아니라 구간이 정해져 있으면, 뇌는 훨씬 편안하게 읽기 시작합니다.
느리게 읽는 사람이 결국 이깁니다. 빨리 읽는 게 잘 읽는 게 아닙니다. 일주일에 한 권을 읽었지만 한 달 뒤에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과, 한 달에 한 권 읽었지만 그 내용을 자기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더 잘 읽은 걸까요?
느리게 읽는다는 건, 그만큼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히 씹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건 단점이 아니라 강점입니다. 1일 1챕터는 그 강점을 살리면서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전략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다면, 목차를 펴서 전체 챕터 수를 세어 봅니다. 그런 다음, 오늘 한 챕터만 읽습니다. 읽고 있는 책이 없다면,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한 권 꺼내서 목차를 확인하고, 한 챕터만 읽어 봅니다. 빨리 읽으려 애쓸 필요 없습니다. 오늘 한 챕터, 내일 한 챕터. 그러면 됩니다.
속도를 이기는 건 멈추지 않는 꾸준함입니다. 속독 자랑하는 사람 주변에 많았는데요. 10년쯤 지나니까, 철저하게 느리게 읽은 제 삶이 훨씬 더 크게 성장했습니다. 일부러라도 속도를 늦춰 읽는 것이 제대로 독서하는 방법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요약 독서법 강사 자격 과정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192657377
★전주 글쓰기 특강 : 3/14(토) 오후 2시
- 신청서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182774447
★책쓰기 무료특강 : 3/24(화) 오전&야간
- https://blog.naver.com/ydwriting/2242022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