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와 비닐봉지

9월 29일의 기록

by 무웉

월요일이라서 다시 일과를 시작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태엽을 잘 감고 있었는데, 오늘도 쉬는 날이라는 소식이 들려왔다. 알고보니 내가 오기 전에 꽤나 큰 훈련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부대 전체가 전투휴무라고 해서 평일을 주말처럼 보낼 수 있다. 훈련은 안 하고 전입하자마자 꿀만 빠는것 같아서 좀 찔렸지만 이내 마음놓고 오전에는 핸드폰을 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인 요루시카가 라이브 공연 영상을 올려놓았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멜로디 진행과 기타리프, 아름다운 은유로 가득한 가사가 2시간동안 이어져서 듣다보니 눈물날 정도로 좋았다. 내가 쓰는 글도 간결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요루시카의 가사와 비슷하고, 좋은 표현들을 베낀 적도 있다. 그러나 그런 아름다운 작품을 내놓기는 불가능했기에 자꾸만 샘이 나기도 했다. 문득 이 영상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데 편의점 비닐봉지는 돈을 받는다는 것이 웃겼다. 내가 쓴 글들은 비닐봉지보단 낫다고 위로했다.

오후가 돼서야 본격적으로 근력운동, 일본어공부, 전화들을 했다. 1년 반 전에 멈춰버렸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려니까 자세도 잘 안 나왔고 무게 자체도 많이 낮춰서 진행해야했다. 녹슬어버린 기계에 정성스레 기름칠을 한다고 생각했다. 일본어 공부도 하루에 단어를 100개씩 외우자고 다짐했지만 쉽지만은 않았고 자꾸만 까먹었다. 낮에 우물을 3m 올라가고 밤이 되면 2m 미끄러져내려오는 두꺼비와 같았다. 사실 군대 자체는 금연처럼 가만히 있기만 해도 성공하는 아주 쉬운 도전이었다. 하라는 일이 많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았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누군가에게 내세울만한 일들은 아니다. 바다에 떠있는 해파리처럼 자유롭게 해류에 몸을 맡기고 유영하는 것이다. 몸을 굽히고 보지 않으면 비닐봉지와 쉽게 구분되지 않는다. 사실 해파리는 촉수를 부지런히 움직이며 생존과 번식을 위한 사투를 펼치고 있다. 내가 되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다. 편의점에서 팔았을 때 100원의 상품가치도 없는 인생이어도 괜찮다. 마지막 날 뭍으로 떠밀려와 모래 위에서 촉촉했던 몸이 말라가고, 어린이들의 나뭇가지에 쿡쿡 찔린다고 해도 괜찮다. 하루하루 모래알들이 쌓여 만든 모래사장이 나와 비슷하다고 웃으며 말라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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