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했습니다
2016?17?년 겨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소식과 함께 시작된 여정에서 생긴 일이다.
전국 각지를 밤낮없이 누비며 반 총장의 일정을 따라다니는 마크맨 생활은 고단했다. 매일이 전쟁 같았고, 카메라를 든 손은 늘 떨렸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김해를 하루 종일 뛰어다닌 뒤 저녁이 되자 반 총장이 기자들에게 술 한잔 사겠다며 동네 호프집으로 우리를 불러 모았다.
작은 호프집은 금세 기자들로 가득 찼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반 총장은 의외로 술을 잘 드셨다고 기억한다. "외교관 시절에는 술로 외교가 풀리는 일이 많았어요. 외교관들은 기본적으로 술을 많이 마시고 잘 마셔야 했죠." 그의 말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마크맨 중 막내인 나는 구석진 자리에 쭈그려 앉아 치킨을 뜯으며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선배들 사이에 끼어들 용기도 없이 그저 조용히 지켜보고만 있던 때였다. 갑자기 D사 C 선배가 나를 불렀다.
"야, 막내야! 반 총장님 옆에 가서 서봐라. 기념사진 한 장 찍자." 어리둥절했다.
나보다 선배도 많고,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은데 왜 하필 나인지 당황스러웠다. 취기가 오른 채로 반 총장님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셔터 소리가 울리고 나서 나는 C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도 한 장 찍어드릴까요?" 그런데 C 선배는 손사래를 치셨다.
"야, 부모님이 자식이 전국을 카메라 들고 쫓아다니는데 얼마나 걱정하시겠냐." 선배의 목소리는 따뜻했다. "꼭 부모님께 보여드려라. 유명한 사람이랑 같이 찍은 사진 보여드리면 좋아하실 거다."
그 말을 하는 선배의 얼굴에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그제야 알았다. 선배가 왜 나를 불러 사진을 찍게 했는지를.
그 후로 C 선배를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지는 못했다.
많은 대화를 나눠볼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그날의 기억은 너무나 따뜻한 가르침이 되어 지금까지 내 마음에 남아있다. 지금도 후배들을 유명인 옆에 세워놓고 사진을 찍을 때면 그날을 기억한다.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선배의 세심함, 막내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 그것이 진짜 선배다움이라는 것을 그날 배웠다.
C 선배님, 그날 저에게 주신 큰 가르침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수줍게 고백해봅니다.